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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호랑이
까치 호랑이
  • 저자<성지혜> 저
  • 출판사타임비
  • 출판일2012-10-04
  • 등록일2013-02-25
보유 2,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19, 누적예약 0

책소개

날이 갈수록 아버님이 그립다. 그립고도 그리우니 늘 나의 곁에 계신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부재의 당혹감에 떨곤 한다. 그리움과 당혹감을 잠재우기 위해 아버님의 행적을 기록하다 보면 그리움은 그리움을 일깨우고 당혹감은 사라져, 앞으로도 내 글의 주인공은 아버님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아버님이 품었던 꿈과 지나온 발자취를 기록하기 위해 다시금 고향인 진주에서부터 중국 삼강성까지 내 발자국도 이어져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데도 쉬이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무엇 하나라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나의 조심스런 자세도 자세려니와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해야 하는 엄마 노릇, 아내 노릇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빗나가고 뒤틀리다가도 겨우 희망을 이루어가는 되풀이라면, 이 세상에 태어나 숨 쉬고 먹고 배우고 꿈꾸고 인내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슬피 울고 기뻐 춤추고 종당엔 숨지는 것까지도 축복일 텐데. 아버님의 일생이 당신이 뜻한 것과는 달리, 그 축복을 체내에 녹이며 물 흐르듯 세월을 넘나들던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에 날이 갈수록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나 보다. 이상과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선비정신을 잃지 않던 당신이 피를 토하고 숨진 마지막 모습이 내내 나의 가슴에 앙금으로 남아 손바닥에 땀이 고이고 세포에 얼이 맺히도록 글을 쓰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할까. 

글 종류에는 장편과 단편이 있다면 중편도 있는데, 요즈음 문예지에서는 중편의 글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제한된 페이지에 일정한 작가의 글을 실으려는 의도는 좋으나 작가의 자유로운 글마저도 박대당한다면 우리의 출판 풍토를 조금은 반성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짧은 글도 예외는 아니기에 『배꼽의 미학』과 『뚱은 똥이 아니잖아요』 두 편을 다른 작품과 함께 묶어 변화를 시도해보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 그 명제를 껴안고 이제껏 살아온 것 같다. 희망은 바람이고 꿈은 이루어야 할 소명인데도. 

참 많이도 고민하고 고민한 나날들이었다. 내 키만큼 쓴 원고를 쌓아두고 이게 아니면 나는 썩 괜찮은 삶을 살았을 거라고. 하지만 그 명제를 풀지 못한다면 죽은 목숨이란 걸 새삼 터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꿀벌은 한 숟가락의 꿀을 얻기 위해 사천이백 번이나 꽃과 꽃을 드나들고, 웹스터는 영어사전 웹스터를 완성하기 위해 삼십육 년 동안 그 일에 매달렸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은 팔 년 동안 이천 번이나 스케치하여 얻은 결과였다는데,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닌데도 왜 이리 쓴잔을 마실 때마다 눈이 멀어야 하고 벙어리가 되어야만 하는가. 

글을 쓰는 건 피돌기를 위해 세포 하나하나에 땀방울을 채우는 건 아닌지.

올해는 육십 년 만에 돌아온다는 백호랑이 해라 한다. 아들을 낳아도 좋고 딸을 낳아도 좋다고 하니 부디 참하게 낳기만 하라고, 며느리를 다독였다는 어느 시아버지의 격려가 가슴에 와 닿는다. 잉태의 고통 뒤에 얻은 알곡은 알곡 중의 알곡일 터이므로 우리 대한민국에 인구가 조금 늘어난다면 참 좋겠다. 

지나간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렸다. 추위와 눈은 땅을 곰삭게 하고 풍년을 기리는 예비 통로라던가. 모든 씨앗은 하나의 갈망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잠언을 되새기며, 옥토에 씨앗을 뿌리고 나는 기도드린다. 연초록 새순이 움터 튼튼한 나무로 자라기를, 햇빛 한 스푼으로도 환히 웃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되기를.

부족한 글에 윤기를 더해주신 이동하 교수님, 참 고맙습니다. 토씨 하나도 명강의의 반열에 올리시던 그 뜨거운 열정을 어찌 잊겠습니까. 『을파소』를 쓸 때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고 언제나 문학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유금호 교수님에게도 저의 따스한 마음을 드립니다. 저의 작품집 『은가락지를 찾아서』와 『옛뜰』도 출간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는데,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문학사상 여러분들에게도 새삼 감사드립니다. 

목차

목차
 
까치 호랑이
목단 항아리
배꼽의 미학
뉘 알리오, 님의 발자취를
뚱은 똥이 아니잖아요
을파소 
구름에 달 가듯
미싱 이야기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