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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 담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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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 담긴 사랑

저자
홍인표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2-07-12
등록일
2013-02-2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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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2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사동 뒤란 응달에는 아직도 동장군이 머무르고 있었다. 교도소의 겨울은 추이가 뼛속으로 파고드는 모진 계절이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은 아무도 되돌려 놓지 못했다. 봄은 담 밑 양지바른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키 작은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다. 햇빛을 받아 함치르르 윤이 났다. 민들레꽃이 땅바닥에 붙어 작은 얼굴을 활짝 펴고 환하게 웃었다. 향기로운 봄 냄새를 살포시 풍겨댔다. 그 옆에는 자주색 제비꽃이 있었다. 실오라기처럼 가느다란 꽃대를 이파리가 감쌌다. 그 사이로 수줍게 꽃을 내밀며 햇빛을 받았다. 가녀린 몸매가 바람 속에 남아있는 차가움 때문에 바르르 떨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화단에 있는 라일락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제는 제법 봄 향기가 짙어졌다. 햇볕도 따뜻해졌다. 화사한 햇빛이 사동의 주변을 분으로 발라 화장해 놓은 것처럼 곱게 치장했다. 겨울은 떠나기 싫어 지정거리며 자신의 자취를 감추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바람 속에 숨어있는 싸늘함이 심술을 부리면서 괴롭혔다. 겨우내 불어왔던 삭풍의 흔적을 은근히 흩뿌려댔다. 따뜻한 봄바람에 한파의 당당한 기세를 꺾이기 싫어 몸부림을 쳐댔다. 특사 안은 아직도 한 겨울이었다. 사동 안에 남아 있는 차가움은 한여름이 되어야 가시었다.

교도소 안에는 특사라고 하는 아주 특별한 사동이었다. 2사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특사라는 단어로 즐겨 사용했다. 특사는 특별한 사동이라는 의미였다. 아주 사악한 범죄를 지은 재소자들이 수감되어 있는 사동이었다. 1사는 환자가 있는 병동이었다. 병사라고도 했다. 3사는 작업을 시킬 수 없는 문제수가 수용되어 있는 사동이었다. 4사, 5사, 6사, 7사, 8사는 공장에 나가 작업하는 출역수의 사동이었다. 그리고 형이 확정되지 않는 재소자가 수용되어 있는 미결사가 있었다. 여자 재소자가 기거하는 여사는 교도소의 후미진 구석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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