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얼굴
눈 덮인 대지는 하얀 분을 발라놓은 여인의 얼굴이었다. 산등성이는 흰 솜이불을 덮고 포근히 늦잠을 자는 어린애 같았다. 가끔 햇살이 줄기차게 내려오는데 피곤한지 곤하게 자고 있었다. 태양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들어냈다. 햇빛이 눈 위에 반사되어 유리알처럼 반짝거렸다.
“눈이 부셔서…!”
선영의 손바닥으로 눈앞을 가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빛이 반사되어 앞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구름이 걷히면서 갑자기 내려오는 빛줄기라 그런지 너무 찬란해 눈동자가 따갑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