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 32
김동인은 전통적 세계에 남다른 연민과 애착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이다. 〈눈을 겨우 뜰 때〉에 드러나는 기생 금패(근대성에 의해 허물어지는 전통적 존재)에 대한 김동인의 연민과 애착은 그녀가 속해 있는 전근대적인 삶의 세계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김동인은 일본 유학파 엘리트인 점이나 자연과학의 영향을 받은 사실주의 계열의 소설을 쓴 점으로 미루어보아 ‘근대성’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근대사회에서 인간은 한편으로 자유와 등의 권리를 가진 존엄한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고파는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가 가져온 사회적 모순이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경향을 갖는다. 인간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평양이라는 조선 유일의 상공업 도시에서 금패는 ‘새 손님’에 의해 ‘사람이 아닌 춘정 파는 아름다운 동물’ 내지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