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시인에게 시란 무엇일까?
10여 년 동안의 시작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시인에게 시란 생리작용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로움을 갈망하고 사소한 생리, 그러나 통로가 막힐 때 질식 직전의 고용에 시달리며 노여워하며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신비한 생리, 그것이 시의 힘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시를 쓸 수밖에 없고 또 시가 요구하는 하늘 쪽에 머리를 둘 수밖에 없다
『눈물꽃』의 시연들이 만들어질 동안 나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았던 문제는 우리 시대의 문화적 위기와 지성의 뿌리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이상과 현실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 현실과 예술의 혼을 따로 떼어 놓지 못 한다. 삶과 이데아는 동전의 안과 밖의 관계이다. 현실이라는 렌즈가 곧 꿈의 광맥을 캐는 도구인 것이다. 탐사는 계속될 것이다
해가 지면 안산의 고층 빌딩에 껌껌이 내려앉는 어둠을 통해서 나는 내가 걸어가야 할 내일의 무악한 외로움과 추위와 한껏 북받치는 사랑을 예감한다. 그렇다. 시가 우리의 자유의지의 통로에 생리작용으로 숨 쉬는 한 우리는 우리가 통과해야 할 미래의 시간들을 따뜻하게 녹이며 손잡고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꿈꾸며 눈물 흘리며 뜨거운 결속으로 이 절망의 터널을 지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