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나리꽃
깎진눈개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며칠째 강추위가 계속되었다. 삭풍이 몰아치면서 함박눈이 흩날렸다. 하늘에서는 하얀 솜조각 같은 탐스러운 눈송이를 흩뿌려댔다. 저문 해를 아쉬워하는 건지 새해를 반기는 환호성인지 알 수 없었다. 연말이 되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지난 세월이 자꾸만 아쉬웠다. 나이가 들면서 추억들이 더욱 아름다웠다. 죽음이 떠올라 서러워졌다.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계획 세워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한파는 언제 끝나려나?”
경상은 눈보라 뚫고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
“또 한 해가 지나간다.”
경상은 추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했다. 잘못된 자신의 삶을 운명으로 돌리면 회피했다.
“동창회를 이 음식점에서 한다고 했지?”
경상은 음식점의 간판을 살펴보았다.
“「고향갈비집」이 틀림없어!”
경상은 출입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창회에 오셨지요?”
주인이 반겼다.
“예!”
경상은 신을 벗어 신발장에 넣었다.
“이쪽 방입니다.”
주인이 안내했다.
“고맙습니다.”
경상은 주인이 안내해준 방문을 열었다.
“꽁생원, 안경상이 납시셨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 자식 안 죽었구나!”
“어디서 무엇 하다가 인제야 나타 나냐?”
“미안하게 되었다.”
경상은 친구들과 악수를 했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꽁생원답게 수굿이 앉아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의 말」
나는 동창회에 가끔 참석하였습니다.
아내와 남편을 저승으로 먼저 보낸 두 동창이 재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생 황혼녘에 아름다운 삶을 장식하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그것이 시샘 나서 순순 사랑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어린시절시골 읍내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소녀를 생각하면서 썼는지도 모릅니다.
그 여학생을 몹시 그리워하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사춘기에 짝사랑했던 사람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인간은 바로 그런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기에 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과거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 영상의 화면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