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는 위험하다는 착각 -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왜 인구가 줄어들면 위험하다고만 말하는 것일까
불편한 진실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논의들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인구 절벽’ 등 줄어드는 인구에 따른 사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범지구적 문제다. 인구가 줄어들면 고용 시장이 감소되고, 이에 따라 과거의 인구수에 맞춘 국가 정책이나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제반도 변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과연 위기나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만 할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책을 지금 준비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본의 지성’이라 불리는 우치다 다쓰루가 편저로 참여한 이 책은 인류학·사회학·지역학·정치학 등 각 분야별 10인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주제로 쓴 논의들을 엮었다. 우치다 다쓰루는 인구 감소는 중요한 문제지만, 일본 사회에는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며, 위험한 상황이 예측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회피하는 현실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극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를 진단하고, 냉철하고 계량적인 지성을 모아 미래를 대비할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구 감소 사회에 당면한 지금,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논의들을 제공할 것이다.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다양한 시각으로 읽는 인구 감소 사회의 현재와 미래
2019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9년 인구의 14.9퍼센트를 차지하는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48년 뒤인 2067년 46.5퍼센트로 증가하고, 인구의 72.7퍼센트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67년 45.4퍼센트로 낮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는 한국의 미래가 달린 주요 논안 중 하나다. 하지만 인구가 사라지는 사회에 대한 불안한 예측만 무성할 뿐, 정작 출산을 적극 장려하려는 지원 정책 수준은 미비하다. 그렇다고 출산율만 높인다고 해서 이런 현상이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인구 감소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논의들을 담은 이 책은 한국의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로 살펴보는 인구동태와 종의 생존 전략, 인공지능시대의 고용과 경제의 변화, 도시와 지방의 인구 격차와 해결 방안, 만혼화?비혼화의 윤리적 원인, 재정을 축소하는 유럽의 사례와 인구 문제, 도시와 지방을 살려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건축, 지방 주민을 늘리는 문화적 사회포섭, 도시와 지방을 연결하는 공동체 운동, 여성에게 출산의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 비판, 일본의 ‘사양’과 인구 변화에 대한 정치적 문제 등 다양한 시각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는 과연 절망적인가
인구 감소와 제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저출생 현상에 따라 세계 인구는 2100년을 전후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인구가 감소하면 부족한 인력을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며,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비 시장 축소로 이어져 결국 경제적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구 감소 사회의 대안이면서도 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1장에서는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환경수용력과 인구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사회, 생물종에게 최적의 생존이라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량화?대형화가 범람하는 세계자본주의 시대가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식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금전이나 시간의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적극 수용할 때의 현실적인 방안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이 책의 2장에서는 이른바 ‘두뇌자본주의’가 중요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일본은 다른 국가와 GDP 등 경제력 경쟁에만 몰두하며 무가치한 일에 힘을 더 쏟고 있다. 하지만 개인 생활의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것은 한 국가의 GDP가 아니라 1인당 GDP이며, 저출생이나 고령화보다 과학기술력 등 지력이 쇠퇴할 때 경제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진보하고 보급될수록 생산 활동에서는 노동자의 머릿수가 아니라 두뇌 수준이 중요해진다. 앞으로 정부, 행정기구, 대학, 기업 등 모든 조직은 정보기술화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사람’에게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현실적인 처방전
인구 감소의 현실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도시와 지방의 인구 격차다. 인구가 몰려들어 포화 상태인 도시에 비해, 지방은 점점 주민이 줄어들면서 소멸되고 있다. 도시에서도 노인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므로, 지방을 활용한 인구 분산 정책이 시급하다.
이 책의 7장에 실린 일본의 오카야마현 나기초 마을은 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줄일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인구 6천 명 정도의 나기초 마을은 2014년 기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며 유명해졌다. ‘나기 차일드 홈’이라는 육아 지원 시설을 중심으로 마을 전체가 육아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공영 주택을 제공한다. 또한 도시처럼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줄이고 출산율을 높여 인구 감소 사회의 문제를 헤쳐 나갈 방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한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위기 상황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더 집중하고, 미래 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낸다면 인구 감소 사회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축소되고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장만 고집하는 모든 체제에서 한발 물러나 사람이 생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위기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마련한다면 미래 세대는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