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이유 - 수학은 현대 사회를 어떻게 지탱하는가
■ 수학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이들에게 전하는
수학과 현실의 흥미로운 교집합
2012년에 영국에서는 수학 연구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측정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280만 명이 순수 수학, 응용 수학, 통계학, 컴퓨터 과학 등의 수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해 수학이 영국의 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2,080억 파운드(약 330조 원)였다. 수학에 종사하는 10%가 국가 경제의 16%에 기여한 것이다. 수학에 기반한 분야는 스마트폰부터 일기 예보, 의료 보건이나 영화 특수 효과, 운동 수행 능력 향상, 국가 안보, 전염병 관리까지 다양했다.
많은 사람이 수학이 어려워하는 데는 수학이 왜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물건 값 계산 같은 간단한 산수를 넘어서는 수학은 그 쓸모가 일상에서 잘 와닿지 않기에 공들여 이해할 동기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 수학은 명백하게 우리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세계적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 《수학의 이유》에서 수학의 쓸모에 관한 대중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간극을 채우고자 한다. 수학이 일상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법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특히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에서 수학의 합리적 용도는 다루지 않는다. 여기서 합리적 용도란 정확한 목적에 맞게 설계된 수학을 말한다. 그 대신 애초에 순수한 호기심이나 패턴 감각, 혹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학 공식이 지금에 와서 애초의 목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300년 전 떠돌던 퍼즐의 풀이가 현대에 콩팥 이식의 수혜자와 기증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쓰이거나 아일랜드 수학자 해밀턴이 복소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사원수를 컴퓨터 그래픽에 활용하면서 실감 나는 움직임을 구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가 1959년에 강연한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터무니없는 효용성’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이러한 수학의 터무니없는 유용성 사례는 수학이 마치 자연과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심지어 우주가 수학으로 이뤄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그 쓸모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책에서 이언 스튜어트는 수학을 먹고사는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한 상황을 가정한다. 침공 이후 지구에서는 가장 먼저 수학적으로 가장 정교한 산물인 컴퓨터나 스마트폰,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술들이다. 산업용 로봇이 멈춰 서고 제조 산업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주식 시장도 모두 멈추는데 은행이 경제 예측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공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다시 들고 날씨 예보는 침을 바른 손가락을 허공에 들어 보이는 수준으로 퇴보할 것이다. 말을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남게 된다. 결국 현재의 인구를 지탱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자원을 두고 싸우게 될 것이다.
수학은 단순히 지루한 계산이 아니다. 우리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제공하여 현대 사회를 작동시키는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도구다. 세계적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민주주의부터 신장이식, 기후변화와 블록체인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들고 와서 우리에게 ‘수학의 이유’를 선명하게 전한다.
■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수학의 터무니없는 효용성’
아이작 뉴턴은 행성이 운동하는 법칙을 알기 위해 미적분학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미적분학은 인구 집단에 대한 통계적 추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아드리아해에서 잡힌 물고기 수의 변화를 설명하고, 금융 부분에서 일어나는 옵션 가격의 변화를 지배하고, 공학자들의 제트 여객기 설계에 도움을 주고, 전기 통신에도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미적분학이 처음 만들어진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수학의 다채로운 쓰임으로 가득하다. 콩팥 기증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데 쓰이는 수학 이야기도 흥미롭다. 과거에는 자신의 콩팥 중 하나를 아픈 가족에게 기증하려고 해도 조직형이 맞지 않으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콩팥을 사고팔게 하는 건 부작용을 우려해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증자의 수혜자가 서로의 가족을 위해 조직형이 맞는 사람들끼리 콩팥을 맞바꿀 수 있는 전략이 등장했는데, 위대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퍼즐 풀이가 그 시작이었다. 오일러는 1736년에 다리 건너기 문제에 마음을 빼앗겼다. 프러시아에 속한 쾨니히스베르크에서는 프레겔강이 도시를 관통했고 2개의 섬이 있었으며 강 위로 5개의 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정확히 한 번만 건너면서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했는데 오일러는 이 퍼즐을 풀면서 그래프 이론을 만든 것이다. 그래프 이론은 지금 잠재적인 콩팥 기증자와 수혜자의 데이터를 나열해 최적의 교환 집합을 찾아내는 데 쓰이면서 21세기에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사연의 수학적 도구로 영속 호몰로지도 있다. 영속 호몰로지가 등장한 이유는 순수 수학자들이 기하학적 도형에 있는 다차원 구멍을 세는 복잡한 위상 불변성을 계산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수한 욕망에서 만들어진 이론은 지금 건물이나 군사 기지를 테러리스트나 범죄로부터 보호할 때 센서 네트워크가 모든 곳을 빠짐없이 커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CG라 부르는 컴퓨터 그래픽의 화려함도 175년 된 수학에 빚을 지고 있다. 해밀턴이 만든 사원수는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 순수 수학과 이론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떠올려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1985년에 켄 슈메이크가 논문으로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사원수 활용을 제안하면서 게임과 영화 산업에서 사원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3차원 공간 안에서 회전의 효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미지 파일 형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JPG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JPG는 이미지의 로우 데이터에서 5단계의 수학적 변환을 통해 중복된 데이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압축하는 데, 이러한 압축에는 이산 푸리에 변환, 대수학, 부호 이론이 쓰인다. 그리고 이 모든 수학적 도구가 이미지 압축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시대에 등장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