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

저자
고희은
출판사
호메로스
출판일
2022-03-17
등록일
2022-11-24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27KB
공급사
우리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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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과 삶 사이를 걷다





고희은 작가가 떠난 여행의 중심은 유럽이라는 공간이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책으로, 그림으로, 일생 벗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조용히 걷는 것이 여행지에서 나의 주된 일”이라고 밝힌 것처럼, 유럽이라는 공간 속을 살았던 지극히 외롭고 쓸쓸했던 사람들과 그 고독함으로 창조된 세계를 만나고자 함이다.


절필한 뒤 문단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20여 년을 오로지 사유하는 존재로서 고독하게 살았던 폴 발레리. 손가락 관절이 완전히 마비된 후에도 붓을 팔에 묶고 활기 넘치는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 일생 자유롭기를 꿈꾸었지만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출구”라고 한 카프카. 나치 망명객으로 세계 각처를 전전하며 글을 쓰다 폭풍에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한 호르바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처럼 모든 것을 잃고 생을 마감한 오스카 와일드. 부패하는 것, 타락하는 것, 죽어가는 것들을 인간과 이 세상의 본질이자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던 에곤 실레….


예술가의 삶이, 작품 속의 인물이 이리도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유럽이라는 공간 때문이 아니라 예술가의 고독에 오롯이 귀를 기울이는 작가의 태도 때문이리라. 유럽의 골목에서 마주한 그들은 여전히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피렌체라는 이 도시는, 단테와 마키아벨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첫사랑과도 같은 곳이다. 잊고 살기엔 너무 아름답다는 뜻이다. 버리기엔 너무 다정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결국, 운명적이고 시적이라는 뜻이다.


- 「어느 실업자의 죽음」 중에서





라부 여관의 3층 다락. 조그만 침대와 의자 하나가 전부인 그의 마지막 방.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고도 바로 죽지 못했던 그 방. 가쁜 숨소리와 비릿한 피 냄새로 가득했을 그곳의 귀퉁이에 앉아 초라한 철제 침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까마귀 나는 언덕」 중에서





파리의 거리를 걷는다는 건,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의 숨결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리 밑과 뒷골목을 산책하며 영감을 떠올렸던 보들레르. 때로는 손수레 하나로 충분한 짐을 끌고 더 싼 방을 찾아 이사 다녔을 그의 모습.


- 「이방인, 그대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중에서





지나고 나서야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은 쓸쓸하면서도 벅찬 일이다





유럽의 8개국 17개 도시가 배경이라고 해서, 도시 곳곳을 직접 찍은 사진이 등장한다고 해서 고희은 작가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지 않는다. 그저 여전히, 묵묵히 앞서 걸어가다 잠시 쉬며 사방을 둘러본다. 패키지여행의 가이드가 아니라 자유여행의 동반자라고나 할까? 그저 먼저 와 본 동반자의 여유를 지닌 채 두리번거리는 동행인에게 미소 짓는 것이다. 마치 “여기까지는 내가 저번에 와 본 곳이야, 우리 이번에는 저 골목으로 한 번 가보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골목으로 더 나아갈지 말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달콤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수수께끼와 매혹과 어둠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힘이자 긍지이며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다.


- 「달콤한 삶은 어디에 있는가?」 중에서





외롭고 절망적으로 서서 저 멀리 솟은 성을 바라보던 소설 속 K. “K가 이 지방을 찾아온 것은 애당초 명예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책 속의 구절처럼, 어쩌면 나의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풀이되는 괴로움과 욕망, 그 끝에 닥쳐올지 모를 거대한 허무를 감내하면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 혹은 무언가로부터 출구를 찾는 것.


- 「카프카의 성에 오르다」 중에서





어느 날 문득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 속에 서 있는 경험. 어쩌면 모든 여행이 그러할 것이고, 더 넓게는 일생을 뒤바꿀 단 한 번의 변곡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떠났다고 해서 모두가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속도로 계속되고 있는 원래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없는 나의 삶. 그것을 끝내려면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야만 하고,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결국 돌아가는 것이다. 또다시 조금은 외롭고 담담한 정물화 같은 삶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로 인해 존재할 그 공간을 응시하고 지키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는 것. 가슴에 지핀 불씨 하나가 언제고 다시 그의 영혼을 깨울 테지만.


- 「늙은 친구 같은 도시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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