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군국주의 - 일본은 왜 과거를 꿈꾸는가
일본은 왜 과거를 꿈꾸는가
일본 군국주의화 경향의 뿌리는 일본의 지정학적 특성과 특유의 개인주의, 그리고 무사도(武士道)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계급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신격화된 존재로서의 천황 이데올로기가 더해진다. 흔히 일본 내셔널리즘으로 꼽는 것이 고립된 개인주의에 덧칠해진 천황 중심적 집단주의다. 다소 모순되어 보이는 이것이 일본의 국가 정체성이다.
민주적 인사들 상당수가 일본의 내치(內治)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했지만, 대외정책이라는 외치(外治)적 측면에서는 강력한 제국주의적 시각을 견지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제국주의적 진출은 용납된다는 논리였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이 점차 정부의 고위직과 군부 실세로 등장하면서 제국주의 일본이 군국주의로의 전환을 이루게 된다. 일본은 패전 이후 반성의 기미 하나 없이 ‘전후 레짐(postwar regime)’으로부터의 탈각만을 꿈꿨으며, 부단히 군국주의적 야망을 품은 보수우익 세력에 의해 ‘과거’로의 회귀의 길을 모색해 왔다.
보통국가화로 상징되는 이 흐름은 궁극적으로 군사대국화, 즉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이다. 이것이 도를 넘어 신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일본이다. 요즘의 일본은 19세기 말의 일본제국의만큼이나 위험하다. 잦은 자연재해와 오랜 경제 불황, 무엇보다도 무가치한 과거회귀 전략으로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에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 야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일본은 왜 한반도 평화체제를 원하지 않는가
일본의 신군국주의적 경향은 동아시아 역내 갈등은 물론이고, 냉전체제의 유물인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유지와 평화헌법체제 중지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통한 주변국 위협론의 확대 재생산, 내셔널리즘의 확산을 위한 기제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판문점체제의 지속을 획책하여, 대륙으로의 세력 확대 및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늘 일본 열도의 위기 탈출 전략에 희생양이 된 채 피를 흘려야 했다.
본서는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동아시아의 공생과 평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동아시아 힘의 균형을 통한 안정론이다. 힘의 불균형 상황은 동아시아 역내 질서에서 다툼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힘의 균형을 통해 역내 평화 공동체를 담보해 낼 수 있다.
둘째, 한반도를 비롯해 연해주·시베리아 등의 북방영토를 아우르는 거대한 안보·경제 협력의 ‘완충지대화’ 전략이다. 통일에 얽매인 닫힌 민족주의가 아닌 열려 있는 지역 협력과 공생의 평화공동체 전략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평화를, 세계의 유수 자본에는 새로운 개척을 통한 부의 획득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게는 위기 탈출의 기회를, 미개발 지역에는 저렴한 에너지와 원료 공급의 보급지로 이 지역을 안보와 경제 협력의 거대한 ‘평화·경제 완충지대’로 변모시키자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본 신군국주의화의 해체 혹은 바람직한 우회로는 평화체제 한반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의 문제만을 남겨두었을 뿐, 평화 공존의 새로운 질서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 거대한 흐름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넘어 동아시아, 더 넓게는 북방 영토 전반에 걸쳐 평화와 안보의 완충지대이자 세계 에너지 공급지로서의 막중한 경제적 임무도 톡톡히 해내게 될 것이다. 세계의 자본은 이제 한반도와 북방경제로 모이게 될 것이며, 이곳이 세계경제 발전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