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 기술의 미래와 시장을 예측하는 힘
미래예측서보다 필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는 능력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업그레이드한 기술은 기업의 손을 거쳐 광범위하고 세밀하게 우리 삶을 지배한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슬며시 미래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준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시급한 문제다.
그럼, 어떻게 그 수많은 과학기술 중에서 옥석을 가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성공하는 기술과 실패하는 기술을 알아볼 수 있을까? 십 년 후, 이십 년 후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상을 보여주는 책들은 그동안 많았지만, 어떻게 미래를 바라볼지 관점을 가르쳐주는 드물었다. 특히 과학기술이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임에도 기술의 흐름을 추론해 미래를 예측하는 법을 다룬 책은 더욱 찾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제안하는 ‘기술 혁명 4단계’는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미래예측서보다 더욱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게 해준다.
떠오르는 기술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책에서 제안하는 기술 혁명 4단계는 ‘기술 창조’, ‘기술 진화’, ‘상품 개발’, ‘시장 확장’의 각 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먼저 기술 창조의 단계는 습관이나 전통에 갇히지 않는 상상에서 출발해 세상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단계다. 상상은 기술을 고안하는 착상의 시작이다. 저자는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를 초단편소설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을 찾아내고 나아가 특허까지 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음성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순신 장군처럼 역사 속 인물들과 통화하는 컨셉의 저자의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기술 진화’는 개발된 기술이 가치를 평가받고, 다른 기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표준으로 지정되는 단계다. ‘상품 개발’과 ‘시장 확장’의 단계에서는 고객의 역할이 커진다. 기술은 고객의 불만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기술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세상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세상 사람들이 알 정도로 투명해진 기술이라면 기술 혁명 4단계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만약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라면 이 4단계를 일부밖에 채우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기술 혁명 4단계를 사용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어느 단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단계에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기술은 상품 개발에 관심이 몰려 있고 또 어떤 기술은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잘 연마한다면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뜨리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해도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가늠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서 가상현실까지,
기술 혁명은 어디까지 왔는가
책의 2부에서는 최근 주목받는 12개 기술을 기술 혁명 4단계’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데이터 기술을 포함하여 자율 주행차, 드론, 로봇, 차세대 통신 같은 모빌리티 기술을 다룬다. 또한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전지, 3D 프린팅, 사물 인터넷, 가상현실도 다룬다.
가장 핫한 인공지능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2단계 기술 진화에 속하는 표준과 관련한 내용이 눈에 띈다. 전 세계의 표준 기관은 물론이고 비영리 단체까지 포함하여 많은 기관이 인공지능 표준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표준을 선점하면 이후에 상품 개발과 시장 확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위험 관리 체계, 신경망 표현 포맷, 머신러닝 기반의 특정 정보 부호화 등 다양한 표준이 현재 진행 중이다. 12개 기술을 분석하면서 4단계에는 시장 확장을 위한 저자의 가설이 들어있다. 가상현실 기술의 경우, 산업에 적용하고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상만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의 흥미를 잠깐 끌 수 있어도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상 세계를 경험하고 그 결과 현실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야 시장이 확장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2부에서 소개하는 기술은 지금 한창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지 모르는 것들이다. 저자는 12개 기술 모두 언젠가 세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하며, 가능하다면 주기적으로 기술 혁명 4단계를 모두 채워보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과학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술 혁명 4단계는 미래를 앞서 가는 관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떠오르는 기술을 알아보고, 기술이 일으키는 시장에 언제 올라타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