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세상 모든 과학자에게는 자신만의 흑역사가 있다
과학자들만큼 흑역사가 많은 직업이 또 있을까? 과학자들은 숱한 실패를 겪는다. 현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리스틀리는 산소를 발견해 화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죽을 때까지 산화 이론을 인정하지 않고 플로지스톤이라는 가연성 물질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또한, 원자론을 만들었던 돌턴은 자신의 원자론을 지키기 위해 기체 반응의 법칙과 분자론을 철저하게 거부했고, 결국 원자론과 분자론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어떤 과학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실험 결과만 이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의 심리나 평소 지닌 철학 또한 이론 형성과 연구에 큰 영향을 준다.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해야 할 과학자들이 자신의 신념이나 편협한 철학에 빠져 잘못된 결론을 내린 일은 과학사에서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태적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우주상수를 도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또한, 젊었을 때는 유연한 사고를 보여주던 과학자라도 일단 지위와 명성을 얻어 유명한 과학자가 되면, 즉 기득권이 되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험프리 데이비는 힘들어하는 광부들을 보고 갱도 내에서 사용하는 안전등을 개발하는 등 존경받을 만한 일을 많이 했지만, 명성을 얻은 뒤에는 제자 패러데이를 질투해 그를 험담하고 제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호킹도 마찬가지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보여준 호킹은 이후 자신의 책 『시간의 역사』에서 스타인하트를 험담하고, 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사에는 이렇게 낯부끄러운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학 발전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불완전한 인간들의 흑역사
언뜻 보기에 부끄럽고 창피한 흑역사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은 그런 실패를 보완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우리도 과학자들의 흑역사를 통해 두 가지 유익을 얻는다.
첫째, 갈릴레이, 뉴턴, 린네, 퀴비에, 가우스, 오일러, 맥스웰, 아인슈타인같이 뛰어나고 존경받는 과학자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걸출한 과학자들도 언제나 성공만 할 수는 없다. 사실 그들은 성공한 횟수보다 실패한 횟수가 더 많았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실패에 실망하거나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역사 속 실패 사례를 연구하며 앞선 사람들의 경험을 본보기로 삼는다면 앞으로의 과학적 탐구에서 상당히 많은 실수와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과거의 실수를 배워야만 진정 철저하고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타인의 실수에서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26명의 과학자가 과학 연구에서 겪었던 실수를 담고 있다. 때로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때로는 도덕적 결함과 선입관으로 수많은 실패를 겪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그 흑역사들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과학자들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실수와 흑역사를 통해 과학은 더욱 진보한다. 우리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꾸려온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