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 경제 전망, 스포츠 통계, 장바구니 계산까지
▼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 곧 생각하는 능력이다!
수학 공부와 일상의 문제, 면접에서 바로 써먹는 수학적 사고 습관
“스쿨버스에 골프공을 몇 개 넣을 수 있을까요?”
구글을 만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면접자에게 던졌던 유명한 질문이다. 구글의 인사책임자는 난처한 질문으로 지원자들을 일부러 당황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해나가는지 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구글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이처럼 주어진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골프공 사이즈로 스쿨버스 공간을 계산하는 힘은 어떤 능력을 증명하는 걸까?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저자, 롭 이스터웨이는 이렇게 말한다. 간단한 산술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는 패턴과 연관성을 보는 능력을 입증한다고 말이다. 아마 구글도 이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이러한 논리와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수학 대중화를 주도하는 수학자이자 작가로, 특히 청소년이나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하고 있다. 2004년부터 청소년들이 수학 과목에 흥미를 갖도록 기획된 연극 형식의 수학 강의 프로그램 ‘매스 인스피레이션Maths Inspiration’을 연출했고 맨체스터의 로열 익스체인지 극장을 비롯해 14개의 극장과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강의는 지금까지 10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일깨워주었다.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집필되었으며, 수학에 친숙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먼저, 우리가 왜 계산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학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입증한다. 우리는 숫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만나는 숫자에는 수많은 오류와 함정이 있기 때문에 간단한 사칙연산과 논리력을 활용해 숫자에 숨은 문제들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필요한 어림 계산법을 알려주고 이 계산법으로 장바구니 계산부터 환전이나 대출, 거리 계산까지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구체적으로 전해준다. 아울러 어림 계산의 대가였던 엔리코 페르미의 이른바 ‘페르미 문제’를 활용해 “지금 하늘에 비행기가 얼마나 떠 있을까” 같은 질문들을 풀어보면서 수학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돕는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 CEO, 정치인, 통계학자 등 이른바 똑똑한 사람들은 아주 잠깐 동안 머리로 암산하거나 작은 쪽지에 끼적이면서 순식간에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하는 데 능하다. 뉴스나 SNS, 혹은 논문에서 어떤 수치나 그래프를 봤을 때 주어진 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오류는 없는지, 상식에 기반해 잘못된 것은 없는지 재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계산해낸다. 이들의 무기는 정확한 숫자를 구하는 것 아니라 그 숫자를 구하기까지 사용한 논리와 패턴이다.
살다 보면 이러한 수학머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온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위해 쓰였다.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숫자에는 함정이 있고 우리는 올바른 숫자를 찾아 답을 빨리 구해야 한다. 마트에 나열된 물건값을 비교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1억을 모을 수 있을지, 뉴스가 말하는 취업률 수치가 정말인지 알고 싶을 때 말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숫자를 파악하고 추정하는 습관은 자연스레 우리의 수학머리를 단단하게 할 것이다.
▼ 수학머리는 주어진 숫자가 말이 되는지 의심하고 추정하는 습관으로 길러진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빠른 계산법
우리 손에는 늘 스마트폰 계산기가 들려 있다. 그럼에도 왜 저자는 산술계산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까? 우리는 숫자의 정밀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뉴스에서 실업자 수가 지난달보다 55,000명이 감소했다고 발표할 때 우리는 정확한 숫자로 표현된 실업자 수 55,000명을 믿을만한 사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 따라오는 ‘오차범위 55,000±69,000명에 신뢰도 95%’라는 조건까지 유의 깊게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조건에 따르면 실업자 수가 크게는 124,000명이 감소했거나 반대로 14,000명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 어떤 숫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차라리 ‘아마 실업자가 5만 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고 공정할 수 있다. 일상에서 쓰는 수학에서 중요한 건 숫자의 정밀성보다 정확성이다. 1의 단위까지 정밀한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떤 근거로 나왔으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숫자의 논리를 따져보는 게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하다.
이러한 논리력은 단지 주어진 숫자를 계산기에 대입하는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주어진 숫자에 허점이 어디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보고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숫자의 정확성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운 공식이 전혀 필요 없다. 기본적인 사칙연산, 분수, 백분율, 거듭제곱처럼 간단한 산술이면 숫자를 둘러싼 논리를 충분히 점검할 수 있다.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간단한 산술을 이용해 원하는 숫자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간단한 예를 소개해보자.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대충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고 싶다면, 먼저 각 물건 가격의 첫째 자리 숫자만 더한다. 그러면 실제 가격 총합의 하한선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자릿수를 모두 반올림해 더하면 상한선이 나온다. 실제 값은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에 있을 것이므로 두 값의 중간 값을 구하면 합리적인 어림값을 찾을 수 있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물건이 1만 원 단위라면 1만 단위의 수만 모두 더한 값에 물건 개수에 5,000원을 곱한 값을 더해도 어림값을 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수치를 빠르게 계산하고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소개한다. 계산서, 저축, 대출, 환전 등 돈에 관한 문제부터 바다에 떠있는 배와의 거리를 손가락을 이용해 재는 방법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학 기술들을 몸이 기억할 수 있게 흥미롭게 전한다.
▼ 일상에서 평생 써먹는 지적 훈련, 페르미 문제
어림 계산의 권위자는 단연 엔리코 페르미다. 원자폭탄 실험에 관한 일화가 있다. 실험용 원자폭탄이 폭발하자 벙커에 있던 페르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큼직한 종이를 잘게 찢어 높이 들어 올리고는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폭풍파가 벙커를 강타하자 허공에서 낙하하던 종잇조각들이 약간 뒤로 밀렸고 보폭으로 그 거리를 측정해 폭발 강도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 값은 실제와 꽤 가까웠다.
이처럼 어림 계산에 능했던 페르미가 세기의 천재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페르미가 능했던 계산처럼 충분한 정보 없이 답을 내야 하는 문제를 ‘페르미 문제’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페르미 문제로 채워져 있다. 페르미 문제는 이 책이 전하는 수학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적 훈련이다.
“성인의 머리카락 수는 몇 개일까?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군중은 몇 명일까? 로또에 두 번 당첨될 확률은 얼마일까? 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무엇일까? 지금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있을까? 외계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이 담고 있는 페르미 문제들은 수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용적 지식을 가득 담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 꼭 이 책이 제안하는 풀이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도 발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각자가 생각해낸 답이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순간에 순발력 있게 논리적인 과정을 떠올리는 힘이다. 이러한 힘은 우리의 수학머리를 자라게 해 수학공부를 할 때나 뉴스를 볼 때 혹은 면접시험을 준비할 때 십분 발휘될 것이다. 우리가 왜 수학을 배우고 어디에 써먹어야 하는지 그 해답이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