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희 - 추리문학 Best
백양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에 막 들어서자 비가 제멋대로 쏟아진다. 병우는 얼마 동안 달음질쳤으나 숨도 차고 양복도 물에 잠겼다 낸 모양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까닭으로 달릴 필요도 없었다.
백양나무 사이로 절반쯤 들어왔을 때 저쪽에서 허수름하게 차린 검은 안경을 쓴 노인이 이쪽으로 걸어오다가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머리를 숙이고 백양나무 사이로 번개같이 몸을 감추어 버린다.
병우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발을 멈추었다가 그 노인이 자취를 감추던 곳으로 쫓아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벌써 아무 것도 없었다. 병우는 비를 맞으면서 하도 신기하고 이상하여 점점 숲 사이로 찾아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