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포경선을 탄 경험이 있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 허먼 멜빌이 격조 높은 서사시적 산문체로 써내려간 『모비 딕』(흰 고래 모비 딕Moby-Dick: or, The Whale)이 국내 최고의 번역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2010년 작가정신 아셰트 클래식 시리즈의 한 권으로 일러스트판이 출간된 이후, 많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새롭게 보급판을 선보인다. 고래학學과 포경업에 대한 멜빌의 치밀한 기록을 그대로 수록한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축약판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모비 딕』의 심오한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음미하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서두에서부터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와 문헌 ‘발췌록’이 등장하고, 작가의 체험과 도서관에서 조사하고 연구한 고래와 포경에 대한 갖가지 지식이 총망라된 이 독특한 소설은 출간 당시에는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작가가 죽고 30여 년 후에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 되었다.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전율적인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미국식 고딕소설이자 뛰어난 상징주의 문학 또는 자연주의 문학. 이처럼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고 평가되는 『모비 딕』은 새삼 줄거리를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는 『모비 딕』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고래에 대한 백과전서적인 이 소설은 고래와 포경업에 관해 인류가 탐색하고 축적해온 지식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명상들로 가득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 거친 파도와 폭풍, 그리고 다시 잔잔한 바다와 하늘. 대양에서 펼쳐지는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은 자연의 의지에, 우주의 힘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 그 바다는 우주의 섭리를, 삶의 비극을 가르치는 장場이 된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세계관에 영혼이 마비되어버린 에이해브의 비극을 통해 우리는 인간 영혼의 다의적인 패배와 승리, 파괴의 충동,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에 대한 찬사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멜빌은 세계가 두려워하는 작가다. 우리는 지금도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D. H. 로렌스, 『미국 고전문학 연구』
멜빌은 이 위대한 소설에서 바다뿐 아니라 인간 정신의 은밀한 부분까지 탐색한다. 장난스러우면서도 흉포한 흰색 고래를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 그리고 신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완벽하게 상징화했다. 선데이타임스
허먼 멜빌은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모비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단테의 『신곡』과 같은 수준의 문학작품이다. 레위스 넘포드
모비딕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리얼리티, 즉 문학이 소화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작품이다. 러셀 브랭큰십
이제 모비딕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세계의 세력 다툼, 그리고 그러한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국가를 반영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닉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