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물 소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여울물가에는 싱그러움이 나를 씻었다. 물가의 수많은 조약돌들도 언제나 다감한 눈빛이었다.
유년의 인연은 그런 곳들이 많았다.
사라지는 소리와 함께 흐르는 물은 소를 만들고, 또 어디만큼인지 가려볼 것도 없이 나를 실어갔다. 늘 새롭고 신비롭기만 하던 흐름은 들판을 지나 하구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곳은 허허로움뿐이었다.
물새도 갈대도 다만 자기의 하늘밑에 있었다.
넘실대는 바다는 오히려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제야 나는 흘러온 길을 찾았으나 되돌아갈 길은 아니었다. 지우고 싶은 인연들도, 간직하고 싶은 사연들도 모두가 입을 다무는 노을 속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삶이 한 때의 여울물소리였다는 것을 어딘가에 새겨두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