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휴가 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10년 전 『On the Road』로 많은 청춘의 가슴에 방랑의 불을 지폈던 여행작가 박준. 10년 후, 이번에는 길을 나서지 않고도 온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법을 이야기한다. 책으로 떠나는 여행.
그는 책 속의 시공간으로 빠져 들어가 ‘그곳’을 거닐며, 책 속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꿈 속을 떠돌아다니듯 책과 현실을 오가며 책 여행을 했다. 책과 함께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온갖 여정이 가능했다. 달콤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그리운 날에는 파리 카페 셀렉트로, 한겨울 기온이 곤두박질치면 태양이 작열하는 나미브 사막으로,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을 때는 아웃사이더들의 고향 프로빈스타운으로 떠났고, 끝없이 달리고 싶은 밤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책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는 10,517페이지의 책 속으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고 했다. 낯선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과 내가 사는 이곳의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책과 여행의 뿌리는 하나다. 책을 읽고 여행하는 일은 편협한 자아의 껍질에 균열을 일으켜 삶을 유연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여행은 곧 책을 읽는 일이다. 다른 세상을 만나고 다른 삶을 인정하며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 가는 것, 책과 여행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다.
저자소개
대학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영화를 공부하고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였다. 94년부터 전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두 권의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다. 뉴욕의 다양한 미술계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뉴욕 미술의 힘-다양성」(2003)과 EBS의 제작지원을 받은 장기배낭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On the Road」(2005)를 만들었으며, 「On the Road」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On the Road」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상이자 책이다. 이곳에서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장기배낭여행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저자 박준은 카오산 로드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을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흥미진진한 여행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리화나나 피우며 실업연금으로 생활했다는 독일인 요나스,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를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행하며 명상과 마사지, 요가를 배우고 있는 독일인 안야, 운영하던 제과점을 정리하고 3개월간 인도와 네팔, 동남아로 결혼 30주년 배낭여행을 떠난 김선우 서명희 부부, 쉽게쉽게 시집가는 것 대신 긴 여행을 선택한 윤지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간 여고생 이산하,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상이 지겨워 세계여행을 떠난 심재동 커플 등 『On the Road』는 카오산 로드의 매혹적인 풍경과 함께 이들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On the Road』의 후속작『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는 박준이 만난 사람들은 타인의 삶 속에 더 깊이 들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수십 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하고 나서 그 길을 알게 된 사람, 20대에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 삶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30대와 40대에 길을 나선 사람, 우리는 그들은 봉사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 몸과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또 다른 여행자이다. 이 책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숭고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눔’을 규정짓기보다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눔'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만든 이들이 말하는 나눔은 헌신도 이벤트도 아닌, 삶에 꼭 필요한 취미생활이고, 기다림이다.
2003년 이후 이렇게 꾸준히 프리랜서로 여행에 관한 글쓰기와 사진, 다큐멘터리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온 작가는 나눔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길 희망하며 여전히 여행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행자'를 작품을 통해 그려나간다. 2009년에 파주 출판단지 근처 교하로 이사한 후, 집 거실과 도서관 그리고 카페를 오가며 한동안 몽상가로 살았던 그는 이제 조금 긴 여행, 아니 유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