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어디까지 해봤니?
“살다 보면 사소한 일이 인생의 큰 운명을 만든다. 혹은 외부의 사건이 내 인생의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내가 당근을 안 것은 코로나19로 세상이 딱 멈춰선 그때, 제주살이하기로 결심했던 때였다. 그 당시 마음으로는 제주도에서 평생 살려고 했다. 2020년 9월 10일을 D-day로 정하고 나서, 나는 3, 4개월 전부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당근 생활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생활 방식을 갖게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소한 우연이 결정적 운명을 만든다’면서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당근’으로 ‘비움의 철학’과 ‘채움의 철학’을 모두 얻게 된 과정을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 미니멀리스트의 삶으로 초대한다.
[미리 보기]
당근을 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파주운정신도시에서 당근을 통해 거래하면서 기억에 남는 분이 또 한 분 있다. 내가 출판사를 처음에 하면서는 작업실에서 요리도 내가 직접 해서 먹었다. 물론 바빠서 배달 음식도 많이 먹었지만, 보통 때는 식사를 준비해서 먹었다. 나가서 먹는 게 일의 흐름을 끊고 오히려 시간을 빼앗아서 일을 많이 못 하기 때문이었다. 출판사를 처음 운영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로 터전을 옮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내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해서 주방용품도 정리하기로 했다.
-[PART1-3. 물건의 인연은 따로 있다!] 중에서
당근에는 한 달 동안 얼마나 거래했는지 그 금액을 알 수 있는 가계부가 있다. 내가 작성하는 게 아니고, 한 달이 지나면 당근에서 보내준다. 이달에 내가 물건을 판매한 총금액을 알려 준다. 그리고 지난달에도 내가 얼마를 팔았는지 볼 수 있고, 그래프로도 매달 판매 금액을 보여 준다. 잊고 있다가 이 가계부를 받아 보면 기분이 묘하다. 내가 지난달에 이만큼이나 많이 팔았나 싶다. 그리고 ‘반찬값 정도는 벌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나 값이 좀 나가는 물건을 팔았을 때는 꽤 쏠쏠하다.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이렇게 또 돈으로 바뀌어 들어오면 어쩐지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ART3-4. 당근 가계부와 ‘노쇼’를 방지하는 법] 중에서
광교에서 당근에 올라온 물건을 보면 무료 나눔에도 좋은 물건이 정말 많다. 용달차만 하나 있으면 신혼 살림살이를 공짜로 다 마련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가구와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다들 이사 가면서 처리하기 힘든 덩치가 있는 물건들이다. 그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애물단지이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살림 밑천이다. 특히 광교에는 진짜 탐이 나고 괜찮은 물건들이 많다. 멋있는 원목 가구도 무료 나눔으로 내놓을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PART4-3. 당근을 하면 물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