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요정 - 마광수 단편소설
이 세상에 수호천사 같은 존재는 정말 있을까?
나를 지켜주는 요정을 찾아서……
이 세상에 나 자신을 지켜주는 요정 같은 존재는 정말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이야기. 어릴 때 피터팬이 찾아와줄 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주변의 꽃과 나무들도 모두 요정이 있다는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하다. 더구나 현실이 더 팍팍하면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은 ‘나의 요정’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다.
작가는 “우울할 때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지고 자꾸 꿈속으로만 잠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삶이 괴롭고 어려울 때뿐만 아니라 소설은 그 자체로 이미 ‘현실 도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작가는『광마잡담(狂馬雜談)』의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리얼’한 작품만이 고전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동양 문화권에 속한 나라의 문학 작품들 가운데서 현대의 고전을 고른다면 아무리 시대가 1900년 이후라 하더라도, 동양 문학의 전통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계승 ?수용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참뜻이리라.
지금까지 다소 장황하게 밝힌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는 현대판 전기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광마잡담(狂馬雜談)』을 썼다. 이중에는 옛 전설이나 설화를 패러디한 것이 많다. 이 책은 내가 몹시 우울할 때 쓰여졌다.
현대판 ‘전기소설’의 실험,
현대 판타지의 원조를 만나다
『모란꽃 요정』은 모두 아홉 편의 이야기가 연작 형태로 연결되어 각 작품의 독립된 내용 사이에 유기적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배열되어 있는『광마잡담』의 세 번째 이야기다.
『광마잡담』은 ‘전기소설(傳奇小說)’ 양식의 현대적 적용, ‘사소설’ 기법의 도입, 그리고 ‘가벼움’의 서술미학 실험 등 몇 가지 면에서 작가의 창작 의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우리의 전통소설 양식인 ‘전기소설’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김성수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우리 소설 전통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서구의 문학과는 달리 주제나 형식면에서 대체로 ‘가벼운 소설’에 그 정서적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작가가 전기소설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시도하려는 의도는 지나치게 이념 일변도의 ‘무거운 주제’만을 ‘무겁게’ 다루고 있는 우리 문학의 한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 자신의 문학이론에 대한 입장, 즉 동양문학론에 기초한 문학의 이해 방식과도 상통한다. 그것은 ‘상징’에 관한 이론서 『상징시학』에서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재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보다는 ‘표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광마잡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전기성’은 ‘가벼움’의 서술미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