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 현대지성 클래식 36
니체의 초인(超人)정신에서부터 BTS의 “Love yourself”까지,
수많은 사상가와 작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안겨준 책!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사람은 변화되기 힘들며, 더군다나 책 몇 권 읽어서 변화될 정도로 사람은 나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철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여행할 때마다 탐독했던 책이라면 어떤가? 더군다나 그가 자신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준 책이라면? 더 나아가 우리가 잘 아는 초인(超人) 사상이 바로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면?
버락 오바마는 어떤가? 알다시피 오바마는 지독한 독서광에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토니 모리슨이 인정할 정도로 문학적 소양이 대단했다. 그런 오바마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이 책에서 많은 용기와 감동을 받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마이클 잭슨도 최전성기 시절, 틈내서 직접 서점을 찾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도 자신의 노래 가사에 이 사람의 철학 사상을 녹여냈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강의의 핵심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데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이 생각한 대로 따라 사는 오류를 범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견해 속에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도록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직관과 열정을 따라갈 수 있는 용기입니다.”
최근에는 BTS의 멤버 김남준이 이 사람의 도서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렇다. 이 책의 저자 랄프 왈도 에머슨 이야기다. 그가 남긴 수많은 에세이와 책 중에서도 에세이 「자기 신뢰」는 현대 자기계발서의 사상적 기초 혹은 출발점으로 인정받으며 미국의 개척ㆍ독립정신을 잘 보여주는 명강연으로 꼽힌다.
“너 자신을 알라”(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믿으라”(에머슨)
에머슨 사상은 초월주의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 사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에세이가 「자기 신뢰」이다. 그리고 그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인생과 자연 그리고 신성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에세이 「운명」은 에머슨의 저서 『인생의 처세』에 첫 번째로 실려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문장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세이 「개혁하는 인간」은 유출 혹은 진화의 개념에 따라 인간은 한없이 향상하는 쪽으로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로, 국내 최초로 번역 소개되었다.
1) 에머슨은 14세에 하버드대학교를 입학하고, 신학을 공부해 23세에 목사가 되었으나 기존의 종교 체계에 순응하고 예배 형식을 따라 사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자기 신뢰」에서 말하는 “자기 생각을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1838년(35세) 하버드 신학대학원 졸업반에서, 형식적이고 영감 없는 설교에 대해 맹렬하게 비판하자 목사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서 즉각 이단 취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에머슨은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40년간 총 1,500회 이상의 강연을 하면서 수많은 미국인에게 오롯이 자기 힘으로 우뚝 서는 삶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는 기득권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기를 온전히 믿고 살아간다면, 자기 영혼이 곧 빛이 되어 자족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2) 「운명」에서 에머슨은 권력이나 부는 강력한 힘이지만 운명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운명에 무기력한 존재인가? 저자는 자연의 이치를 미리 생각하고 그 이치대로 살아간다면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즉, 슬픔과 기쁨을 똑같이 받아들이고 운명과 의지, 이성과 반이성과 같이 상충하는 개념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삶을 제안한다.
3) 「개혁하는 인간」은 이상(理想)을 맹신하지 말고 아이디어가 사회 내에서 합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글이다. 그에 따르면 개혁가는 “진리를 회복시키는 사람”이고 “그 어떤 것에도 매수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과 자기 신뢰를 기반으로 물질주의에 갇힌 정신을 회복하려 한다.
영혼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하여 운명의 이치를 깨닫고 더 나아가 물질주의에 갇혀 있는 정신을 회복시키는 것, 이것이 책에서 소개한 세 편의 에세이 「자기 신뢰」, 「운명」, 「개혁하는 인간」의 일관된 주제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고 했다면, 에머슨은 “너 자신을 믿으라”(Trust Thyself)라고 역설함으로써 현대적 정신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이다.
미국의 개척·독립정신의 초석이 된 불멸의 에세이 3편을
꼼꼼한 해제와 가독성 높은 완역으로 만난다
에머슨은 대중 강연을 많이 했지만,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탔고 동물적 야성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콩코드의 현자”로 불렸으며 19세기 후반 미국 사상계에서 가장 우뚝한 존재였고, ‘공공 지식인’(public intellectual)으로 통했다. 시인 프로스트는 가장 위대한 미국인으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과 함께 에머슨을 꼽았다. 미국의 저명한 비평가 로렌스 뷰얼은 “에머슨의 정신은 미국의 정신이자 미국 그 자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에머슨이 살았던 19세기, 미국은 정치적으로는 독립했지만, 문화와 사상적으로는 영국이나 유럽에 아직도 종속되어 있었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국가 정신이 필요했다. 그는 30대 중반부터 시작한 40년간의 강의로 미국이 강대국으로 도약하려면 유럽으로부터 사상적으로 독립할 것과 미국인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에머슨의 저서는 당대 미국과 영국에서도 널리 읽혔고 또 유럽 대륙에까지 잘 알려져 있었다. 가령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에머슨의 저서 『인생의 처세』를 읽고 에머슨에게서는 세네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깊은 명상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머슨의 글은 처음 읽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축약된 표현을 많이 사용하며, 당시 독자들이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 생략해버리는 불친절함 때문이다. 그의 에세이는 대중 강연을 마친 후 에머슨이 직접 원고를 수정해서 낸 것이라,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횡설수설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특히, 지금껏 대부분 번역본이 시적 표현이나 난해한 사상이 나오면 생략하거나 지나치게 의역함으로써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문장이 많았다. 그렇다. 에머슨은 친절하지 않다. 그러므로 압축된 시어와 사상을 현대 독자, 특히 문화와 시간대가 다른 한국인 독자들이 읽어내기 위해서는 더더욱 가이드가 필요하다.
현대지성 클래식 36권으로 소개하는 『자기 신뢰』에서, 평소 인문 및 경제·역사 고전에 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주해로 유명한 이종인 번역가는 55쪽에 달하는 방대한 해제를 통해 당시 미국의 경제·사회·종교적 배경과 초월주의 운동, 자연관, 동양 사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에머슨 사상의 정수와 힘을 독자들이 직접 느껴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자, 이제 수많은 독자를 자기 주도적인 인생으로 이끈 불멸의 에세이를 친절한 역자 해제와 가독성 높은 완역으로 함께 읽어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값진 자원”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