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 진 뒤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38
닭은 두 홰째 울었다. 모진 비바람 속에 울려 오는 그 소리는 별다른 세상의 소리 같았다.
비는 그저 몹시 퍼붓는다. 급하여 가는 빗소리와 같이 천장에서 새어 내리는 빗방울은 뚝뚝- 뚝뚝 먼지 구덩이 된 자리 위에 떨어진다. 그을음과 빈대피에 얼룩덜룩한 벽은 새어 내리는 비에 젖어서 어스름한 하늘에 피어오르는 구름발 같다. 우우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몰리는 빗발은 간간이 쏴- 하고 서창을 들이쳤다.
“아이구 배야! 익힝 응 아구 나 죽겠소!”
윤호의 아내는 몸부림을 치면서 이를 빡빡 갈았다. 닭 울 때부터 신음하는 그의 고통은 점점 심하여졌다. 두 손으로 아랫배를 누르고 비비다가도 그만 엎드러져 깔아놓은 짚과 삿자리를 박박거리고 뜯는다. 그의 손가락 끝은 터져서 새빨간 피가 삿자리에 수를 놓았다.
“애고고! 내 엄마! 응윽, 아이구 여보!”
그는 몸을 벌꺽 일어서 윤호의 허리를 껴안았다. 윤호는 두 무릎으로 아내의 가슴을 받치고 두 팔에 힘을 주어서 아내의 겨드랑이를 추켜 안았다. 윤호에게는 이것이 첫 경험이었다. 어머니며 늙은 부인들께서 말로는 들은 법 하나 첨으로 당하는 윤호의 가슴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두근두근하였다. 미구에 새 생명을 얻으리라는 기쁨은 이 찰나에 싹도 볼 수 없었다.
“여보! 내가 가서 귀둥녀 할미를 데려오리다, 응.”
“아니 여보! 아이구!”
아내는 윤호의 허리가 끊어지도록 안았다. 그의 낯은 새파랗게 질렸다. 아내의 괴로움만큼 윤호도 괴로왔다. 아내가 악을 쓸 때면 윤호도 따라 힘을 썼다. 아내가 몸부림을 하고 자기의 허리를 꽉 껴안을 때면 윤호도 꽉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