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뭉게구름을 띄운 초여름 하늘도 아름다웠지만 그 초록색이 나무도 아름다워 나는 운동시간 20여 분 동안 내내 넋 나간 사람처럼 포플러만 건너다보고 있었다.
당장 징역을 몇 년 받을지 모르는 따분한 형편이었지만, 그런 처지는 까맣게 잊고 포플러와 푸른 하늘에 넋이 나가 있었다.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 새삼스럽게 감탄을 하며 교도관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다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단편을 쓰기도 했다.
사람은 오랜 세월을 자연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녹색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그러니까 녹색은 세상의 기본색깔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 눈에 피로가 가장 적게 느껴지는 색깔도 녹색이라고 한다. 도로 표지판 바탕 색깔을 녹색으로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색깔을 20여 일동안 보지 못하고 살았으니, 나는 밥을 굶듯 초록색에 허기가 졌던 꼴이고,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