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고 라운드
드디어 열렸다. 절대 열리지 않을 거라 믿었고, 이젠 열려선 안 되는 문이. 다시 닫으라고 경망하게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결국 문은 활짝 열리고 나는 소릴 지르고 뒷걸음치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는커녕 통치자의 거친 손이 깊숙이 들어왔다. 재빨리 방법을 바꿔 날개를 감추고 가련하게 눈알을 굴리고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통치자의 손을 피했다. 피식 웃으며 손을 빼낸 통치자가 양팔을 활짝 벌려 날갯짓을 해 보였다. 무섭도록 강압적이고 절실하게.
어서 나와, 나와서 날아. 창공을 날던 시궁창에 고꾸라지던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 봐.
- ‘아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