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는 개신교 목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서양의 기독교적인 경건주의 전통과 더불어 자라면서도 인도와 중국의 동양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정신적인 고향'을 찾았다. 그가 추구한 문학의 과제는 동양 정신과 서양 정신의 접목, 지성과 감성의 결속, 현실과 이상의 융합이다.
헤세의 모든 작품은 이원론적인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그 예로 '황야의 이리'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들 수 있다. 마울브론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하여 씌어진 '수레바퀴 아래서'는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는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데미안'에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기존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비난이 퍼부어진다. 하지만 긴장으로 점철된 내적 위기, 세계의 부조화에 대한 고통은 '싯다르타'에서 지혜로운 조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유리알 유희'에 가서는 구제적인 이상향의 전범이 제시되기도 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그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유독 헤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억눌림에 익숙하지 못한 기질 때문이다.
한국 사회 역시 개발독재와 가부장적 유교 전통에 따라 사회의 많은 부분이 억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헤세는 유럽의 경우를 넘어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 부분이 한국 독자들에게 헤세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