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이념의 나라 -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과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드는 통렬한 시사비평
편 가르기 진영논리에 질식된 우리 사회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2023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초순, 십수 년째 정치·시사 칼럼을 써 오고 있는 기자 류순열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꾸몄다. 책 제목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가짜 이념의 나라』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이 책은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는 우리 시대의 진영논리와 그 허구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과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화살처럼 일점돌파하는 저자 류순열의 글은 신랄하다. 또 우회나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정치권력과 가짜 이념을 양산하며 권력 다툼에 여념 없는 거대 양당을 향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저자가 향하는 직설의 날카로운 칼끝은 기득권 정치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현재진행형의 정치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 과 이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는 거대한 폭력이라고. 저자의 이 같은 진단은 양극단의 이념전쟁과 두 진영 간의 소모적 정쟁이 백해무익한 기만일 뿐이라는 현실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또 얘기한다. 정치의 최종 결과물은 이념이 아닌 정책이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빛 바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이 균형 잡힌 세상으로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십수 년간 기고한 수백 건 정치·시사칼럼에서 선별
종교화된 이념이 아닌 상식과 실용의 가치 제시
이 책은 저자가 세계일보에서 시작해 지금의 UPI까지 십수 년 동안 기고한 수백 건의 정치·시사칼럼에서 선별한 70개의 칼럼과 조순, 박승, 김종인 등의 국내 명사 10명의 인터뷰 그리고 24개의 1,000칼럼을 소개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현재의 윤석열 정부에 이르는 최근 10여 년의 칼럼이며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권하에서의 각종 정책과 정치현안, 사회이슈에 초점을 맞춘 비평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1~7장은 각각 10개씩의 칼럼을 편재해 과거사 청산, 우리 사회 보수의 민낯, 윤석열 정권의 파행, 문재인 정권의 실정, 상식과 실용, 신자유주의의 허구성, 부동산공화국의 실상 등의 주제를 담았다. 8장은 각 분야 거물 및 전문가 10명과의 밀착 인터뷰 전문을 실었으며 9장에는 해당 시기의 시의성 있는 이슈 24개를 1,000자의 짧은 비평으로 압축했다.
“보수도 진보도 오염됐다. 보수 가치를 짓밟는 보수, 기득권에 빨대 꽂은 진보가 다 무슨 소용인가.” 서문에서 표현한 것처럼 저자의 칼날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분법 사회구조를 강제하며 온갖 비리와 반칙을 일삼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정치세력과 권력 엘리트 집단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칭 보수,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치집단의 위선, 무능, 기만, 반칙의 실상과 그 민낯을 선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직설과 통렬한 비판
검찰공화국 막장 드라마 연출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촛불혁명 배신한 문재인 정권
저자 류순열 펜 끝의 일관성은 ‘오늘의 정치권력’에 대한 파상적인 비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가 연출하는 대국민 사기극’, ‘잎으론 언론자유 손발은 재갈 물리기··· 윤석열의 이중성’, ‘검찰권력 확장이 윤석열의 법치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 공정, 가짜 정의의 끝은 어디인가’ 등의 칼럼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직설로 넘쳐난다. 1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준열하다. 취임 이전부터 줄기차게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의 자유가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는 위헌의 자유, 억압의 자유라 지적한다. 미국, 일본과 밀착하기 위한 굴욕적인 사대외교에 치중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함으로써 한반도를 열강의 이해가 충돌하는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검찰권력을 동원해 노동, 언론의 자유를 짓밞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반 윤석열 당권주자들까지 온갖 반칙과 협박으로 탄압하는 ‘독선과 파행의 국정운영’의 광폭행진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운전면허가 없다면서 “영유아들은 집에만 있는 줄 알았다.”라는 무지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한다. 더불어 일반 국민도 지키는 공중도덕도 외면하는 윤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어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덧붙인다. 이 외에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검찰공화국 막장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위시해 언론에 대한 이중잣대, 부실한 인사정책, 부자 감세 정책 등등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윤 정권의 가짜 정의, 가짜 공정에 대한 의문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현 권력인 윤석열 정부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진보 진영으로 구분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서도 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를 ‘촛불혁명을 배신한 권력’으로 규정한다. 또한 ‘바보 노무현’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만들어놓은 전국정당의 자산을 날려버린 무능한 정권이며 개혁하는 시늉만 했을 뿐 오만하고 안일했다고 비판한다. 그 정점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호언해놓고 엉터리 정책으로 미친 집값을 만든 부동산 정책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는 집 말고 파시라.”라고 해놓고 집 부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듬뿍 얹어 주택투기의 꽃길을 깔아준 투기조장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미친 집값 시대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은 투기꾼을 위한 정권으로 마감했다고 비판하며 스스로의 원칙도 지키지 않는 내로남불로 인해 공정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가 2030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의 희망을 앗아가고 ‘이생망’의 암울한 탄식이 자리한 우리 현실이라고 덧붙인다.
미친 집값과 욕망이 질주하는 대한민국 서울의 민낯
무주택 서민의 좌절과 미래세대의 절망을 염려
이 책 『엉터리 보수 무늬만 진보 가짜 이념의 나라』에는 망국적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진단에 많은 지면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루소가 지금 시대에 환생한다는 단연코 대한민국을 주목할 것이라는 비유적 기사가 흥미롭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인간 불평등의 기원인 “이 땅을 내 것!”이라고 선언하고 울타리를 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눠진 세상의 극점을 서울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즉 지구촌 최악의 양극화 도시가 바로 서울이며, 그 중심에 미친 집값의 상징 아파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욕망이 아파트로 질주하고 미친 집값은 다시 욕망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 현실의 극단적 단면이라는 저자의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울타리 밖으로 내쳐진 무주택 서민의 좌절과 미래세대의 절망을 염려하고 있다. 이 대목은 이 책 추천의 글을 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0년 동안 물가가 30배 올랐는데 집값은 3천 배 올랐다.”라고 언급하며 고소득 저생활국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박승은 부동산 보유과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석학이다.
끝으로 9장에 소개되어 있는 24개의 1,000자 칼럼은 제한된 지면의 긴장감 속에 압축적인 시사비평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언어와 함축적 표현으로 시대상을 관통하는 또 다른 매력의 비평을 쓰는 데 좋은 본보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승민 전 의원이 추천의 글에서 언급한 바대로 “류순열 기자가 자신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현실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를 헤집어보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인 만큼 시대를 질타하고 있는 저자의 소명의식을 면밀히 살피는 게 이 책을 읽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