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영양 결핍자 - 과잉과 결핍 사이 몸 지키는 영양의 비밀
우리는 어떻게 영양 결핍자가 되었을까?
건강기능식품 연구소에서 건강 콘텐츠 제작 자문을 맡고 있는 노윤정 약사는 약, 영양 보충제, 음식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대중에게 생활 습관 교정을 안내하는 건강 커뮤니케이터다. 약사 면허를 따고 내과부터 가정의학과, 안과, 치과까지 다양한 진료과의 처방전을 조제하고 복약 지도를 하면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늘어나는 환자는 많은 데 비해 줄어드는 환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 고민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재정의로 이어졌고, 영양 보충제와 음식을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 건강 커뮤니케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이 책에서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열량이 넘쳐나는 사람’만큼 ‘영양이 부족한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하루 에너지 소모량보다 과다한 열량 섭취로 에너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초래되거나, 특정 영양소에 편중된 영양 섭취로 정작 몸이 원하는 영양소가 결핍되었다는 지적이다. 노윤정 약사는 가공식품이나 가정 간편식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생활 습관을 대표적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런 음식은 고열량 메뉴가 많고, 대개 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아 비만을 비롯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우리는 피곤하고 기력이 달리면 비타민을, 근육 경련이나 뭉침이 심하면 마그네슘을, 배변 활동이 시원찮으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같이 챙겨 먹는 이런 영양 보충제 중에도 지나치게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으로 충분한 성분도 있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영양 보충제로 상한섭취량 이상 섭취하면 마그네슘의 경우 설사나 묽은 변을 보게 되고, 비타민은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나 복통이 일어나며, 칼슘은 혈관 등에 쌓여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그런가 하면 오메가3는 핵심 성분인 EPA와 DHA를 합쳐 하루 최대 치료 목적으로 2~4g, 건강 관리 목적으로 2g까지 섭취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이 한 끼 식사로 섭취하는 양인 고등어구이 100g에는 EPA 1,070mg과 DHA 2,930mg이, 삼치구이 100g에는 EPA 700mg과 DHA 1,090mg이 들어있다. 고등어구이를 한 번 먹으면 최소 4,000mg의 오메가3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일주일에 두세 번 생선을 먹는다면 따로 보충제를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상한섭취량이 없는 영양소는 과다 섭취해도 안전하다?
영양 보충제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상한섭취량이 없는 영양소는 많이 먹어도 괜찮다’라는 것이다. 특히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B 복합체와 비타민C는 체내에 저장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을 보면 수용성 비타민은 대부분 상한섭취량이 설정되지 않았다.
영양소의 상한섭취량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하루 최대 섭취량을 뜻한다. 저자는 상한섭취량이 설정되지 않은 영양소는 연구 자료가 부족해 아직 특별한 이상 반응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비오틴은 최근 모발 건강 보조제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루 1,000μg 이상 섭취해 여드름이나 뾰루지 등 피부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밝힌다. 비타민B7으로 수용성 비타민인 비오틴은 우리가 음식으로 얻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하다. 그러나 고함량 섭취하면 체내에서 흡수 경로가 같은 판토텐산(비타민B5) 흡수를 방해해 지방 대사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피지 분비가 증가할 수 있다. 저자는 비오틴을 고함량 섭취하는 사람이 적을 때는 이런 이상 반응이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비타민B 복합체 중에서도 니아신(비타민B3), 피리독신(비타민B6), 엽산(비타민B9)은 과다 섭취의 위해성이 알려지면서 상한섭취량이 설정되었다. 저자는 니아신은 국내에서 일반 영양 보충제에는 고함량이 쓰이지 않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엽산과 피리독신은 여러 영양 보충제에 사용되므로 상한섭취량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다 섭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영양 보충제를 섭취할 때 중복되는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함량을 점검해야 한다고도 당부한다.
약, 영양 보충제, 음식은 3인4각 경기를 하듯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료
두통, 소화 불량 등 가벼운 불편 증상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까지 현대인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수명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은 대부분 생활습관병이다. 약은 이런 질병들을 치료해 우리 몸이 가장 빠르게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픈 곳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상태가 악화하거나 회복 속도가 더뎌 이차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약의 역할이다. 하지만 소화 불량과 같은 급성 질환은 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돼도 나쁜 식습관이 이어지면 재발 주기가 짧아진다. 당뇨 같은 만성 질환 역시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에 맞춰 처방된 약의 효능 효과는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약을 챙겨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두 번째 선택지로 영양 보충제를 찾는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인체의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는 다이어트나 편식 등으로 영양소 섭취량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나 피로 등으로 영양소 소모량이 증가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오메가3나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물질은 적정 시점에 잘 먹거나 꾸준히 섭취한다면 우리 몸이 가진 회복 능력을 강화해준다. 영양소를 보충했는데도 불편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역시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영양 보충제에 한계가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다음 선택지로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알 수 없고, 오래된 입맛을 바꾸는 게 어려워 더 손쉬운 방법을 찾다가 결국 변화에 실패하게 된다. 저자는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모든 사람의 해결책이 다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음식이 모든 건강 문제에 대한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나쁜 음식을 먹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나쁜 음식을 끊는 게 먼저다.
저자는 건강 관리와 질병 치료에서 약, 영양 보충제, 음식은 서로 중요도를 놓고 우열을 가리기보다 3인4각 경기를 하듯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료라고 설파한다. 영양 보충제는 인체가 정상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주는, 몸에 좋은 음식과 같은 의미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