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않는 여자들
■ 강요된 운명: 인내와 복종, 적대적 경쟁
무슬림 여성들이 겪는 비극을 들춰내는 날선 묘사
1,200만 명 이상의 소녀들이 매년 강제로 결혼한다. 그들 다섯 명 중 한 명은 그 연령이 18세 이전이다. 소녀들은 어린 시절과 교육받을 권리를 도둑맞고 미래를 꿈꿀 자유 또한 박탈당한다. 종종 폭력과 성적 학대로 이어지는 강제 결혼은 인권 침해로 간주되며,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위반한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인종, 국적, 종교 등의 제약 없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권리가 있다. 결혼은 배우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동의가 있어야만 성사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제16조),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 폭력을 예방·퇴치하는 유럽평의회 협약 또한 강제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제372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결혼은 여전히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행해진다. 이 소설의 배경인 사하라 사막 경계에 위치한 사헬 지역 또한 그러한 관행이 만연한 곳이다.
소설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람라, 힌두, 사피라 세 여성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독자는 그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이 겪는 고통과 시련은 저마다 상황도, 강도도, 유형도 다르지만, 바탕에는 모두 동일한 뿌리, 즉 강요된 결혼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소녀들은 지역 사회에서 가족을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길러진다. 위엄 있고, 명예롭고, 인내심 있는 여성이 되도록 사회화된다. 그중에서 인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규율로서 종교와 삶, 결혼의 중심을 차지한다. 때로 재기발랄한 개성과 재능이 발현되는 아이가 보이면 협박하고 굴복시켜 체념하고 순응하게 만든다. 이 책의 첫 번째 주인공인 람라는 약학을 전공해 약사가 되고픈 꿈을 꾸지만 모두의 비웃음을 사고 50대 사업가의 두 번째 아내로 보내진다.
사헬 지역의 아이들은 부모의 자식일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공동 자식이다. 그러므로 백부와 숙부들에게는 조카의 남편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작가는 ‘어린 딸을 누구에게 시집보낼 것인가’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부모의 선택, 그 결정에 대한 가족의 동기와 관심, 결혼식, 일부다처제, 아내의 일상, 폭력, 슬픔, 불가항력을 묘사한다. 서아프리카 무슬림 지역 여성의 일상과 그들이 처한 가혹한 상황을 통해 독자는 이들이 고수해온 전통과 관습의 굴레를 가늠할 수 있다. 이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으로 촉발된 이란의 히잡 시위를 비롯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가족 간 명예살인 등이 어디에 뿌리를 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 아프리카 문학계의 독보적 작가, 자일리 아마두 아말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를 반기는 이유
첫 소설 《왈란데: 한 남편을 공유하는 법》으로 단숨에 아프리카 문학계의 독보적인 작가로 부상한 자일리 아마두 아말은 카메룬 북부 마루아 출생이다. 그녀 역시 17세에 강제로 결혼하여 사헬 지역 여성들의 고된 삶을 고스란히 겪었다. 가정 폭력과 일부다처제에 저항하면서, 북부 카메룬 여성의 교육과 발전을 위한 단체 ‘사헬의 여성’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된 배경이다.
2017년에 발표한 《인내의 눈물》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2019년 최고의 아프리카 작가상’, ‘제1회 오랑주 아프리카 도서상’을 수상하자, 이를 주목한 프랑스에서 유럽권을 대상으로 출간한 것이 이 책 《참지 않는 여자들》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만 13만 부가 팔렸고,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며 ‘2020년 고등학생을 위한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참지 않는 여자들》은 이후 영미권, 프랑스어권 국가들이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등, 청소년들을 위한 텍스트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공쿠르상 수상 후 국민작가 대우를 받으며 카메룬에 금의환향한 작가는 자신의 수상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피력한다.
“소설에서처럼 조기·강제 결혼을 경험하지 않는다 해도 전 세계 여성은 다른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다. 신체적, 정신적 폭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폭력의 주체는 보편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여성들은 침묵한다. ……이렇게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함으로써 나의 활동은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제적으로도 여성의 지위를 더 옹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카메룬 트리뷴》과의 인터뷰 중에서
이후에도 여성의 권리를 위한 활동에 주력해온 아말은 2021년 3월 유니세프 대사로 선정되었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스위스 일간지 《Le Temps》가 선정한, 양성평등에서 주목할 10인 중 한 명이 됐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2021 문화 영향력 여성상’을 수상했고, ‘2021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작가는 2022년 신작 《사헬의 심장》을 발표하며 변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 리뷰
· 이것은 반란, 투쟁, 저항의 책이다. 기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것은 아니며, 세계 어디서든 자신의 의지에 반해 비참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알려준, 금기를 깨준 이 작품 덕분에,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며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행동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마리 샤포, 《GROW Generation for Rights Over the World》
· 아말은 펜과 대담함으로 카메룬에서 가능성의 문을 열어젖혔다. 비뚤어진 남자들의 독재로 소리 죽여 고통받는 소녀들, 어머니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의 모험은 계속된다. -하야투 야네타 귀예데이, 아이오와 대학 문학 교수
· 세 여성이 공통적으로 듣는 ‘인내하라, 참으라’는 말에는 여성을 향한 폭력과 멸시가 숨어 있다. 작가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여 내면을 해방시키고, 부조리한 현실을 존속시키는 침묵을 깬다. -《르 몽드》
· 문학을 여성 해방의 무기로 삼다. 감탄해 마지않을 걸작! -《엘르》
· 용감하고, 계몽적이며, 헌신적이다 -《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