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님 힘내세요
십여 년 전 차돌이로 태어날 뻔했던 조카는 119 응급차에서 산부인과로 옮겨지자마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요. 제부와 제가 (동생이 입원하게 될) 병실을 확인하러 간 사이에 아기가 태어난 것입니다. 조카는 세상이 너무 궁금했나 봐요. 엄마 뱃속에서 기다리기에 조바심이 났는지 예정된 날짜를 여러 달 앞질렀습니다.
제 동생이 건강히 순산할 수 해준 조카가 참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어린 시절엔 순둥이로 말썽 없이 잘 자랐어요. 누구나 겪는 중2 이후 한동안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또래 학생들이 겪는 것처럼 게임과 지내는 시간이 압도적이었어요. C 프로그래밍 언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게임에서 레벨 올리는 방법을 친구들에게 안내할 정도의 실력가입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고등학생이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 스트레스가 대단합니다. 조카 나름은 마음을 먹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잠시 쉬어가려고 친구를 찾아 수다를 떨고 있으면 하필이면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교실로 들리시지요. 그리고는 조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