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콩이의 이상한 하루
초소형 인형들로 빚어낸 상상의 세계
이 책을 만든 화가 함진은, 작게는 0.2센티미터, 커도 1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초소형 ‘인형’들을 빚어 미술계에서 독창성과 대중성을 다 같이 인정받고 있는 신예다. 함진의 ‘작은 인형’들은 보통 우리가 말하는 인형들과는 거리가 멀다. 마른 멸치에 새 깃털을 붙여 멸치 왕자를 만들고, 번데기에 멸치 머리를 달고 철사로 긴 다리를 붙여 세운다. 만드는 데 쓴 재료들도 특이하다. 찰흙과 더불어, 손톱, 철사, 병 뚜껑, 테이프, 성냥, 치약, 칫솔처럼 주변에 널린 값싸고 일상적인 것들을 사용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전혀 새롭고 기발한 상상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개성적이고 독특한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찰흙으로 만든 ‘달콩이’의 머리에는 알약을 박고, 구두 밑창에 붙어 이리저리 세상을 여행하는 수다쟁이 ‘껌딱지 군’은 씹던 껌을 주물럭거려 만들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꽁초 도사’는 담배 꽁초에 흰 솜을 장식하여 만들고, 가시 돋친 말만 하는 ‘또박이’의 입술은 면도날로 되어 있다. 이렇게 주변에 널린 사물들을 해체하거나, 재조합하는 초소형 인형 작업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발상을 전환하면 익숙한 일상이 전혀 새로운 세계로 변하는 즐거움. 이 책에는 바로 그 상상하는 즐거움이 담겨 있다.
새로움은 우리의 일상과 현실에서 벗어나야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보고 발상을 전환하면 우리가 늘 보던 것, 늘 만지던 것 속에서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기획하고, 아이들에게 권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