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에 담긴 그 도시의 다리
다리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리는 이미 있던 양 둑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강을 건너면서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양 둑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했다. 도시가 있고 다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있고서 도시가 존재한다는 이 개념은 그간 무심히 지나쳐 왔던 다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흔들어버린다. 도시가 형성되고, 확장되고, 퇴락하는 등 변화의 굽이에서 다리는 언제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다리는 마지막 결전의 장소였고 혁명의 장소였다.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가 연출된 곳이기도 하고, 전쟁의 상흔이 가장 깊게 새겨진 곳이기도 하다. 한강철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서울의 역사가 숨어 있듯이, 다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도시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탐험의 대상이다.
토목공학자가 쓴 ‘명화 속에 담긴 다리’ 순례기
저자는 교량을 전문으로 하는 토목공학자이다. 영화를 볼 때도 그림을 볼 때도 다리가 담긴 작품을 더 유심히 살피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기술과 예술, 공학과 문화 사이에 작은 다리 하나를 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에는 런던, 파리, 로마, 쾰른, 프라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의 도시에 놓인 다리 28개가 한 점씩의 명화와 함께 실려 있다. 다리들은 대부분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는 사이에 건설된 것들이다. 유명한 다리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다리도 있다. 도시의 상징이 된 다리도 있고, 이미 사라지고 없는 다리도 있으며, 여러 번 파괴되었다가 제 모습으로 재건된 다리도 있다.
각 장의 이야기는 그림 한 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리 건설의 배경과 과정, 그 다리가 놓인 도시의 삶과 역사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물론 다리이지만, 함께 곁들여진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