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새 날다
수상한 가족의 이유 있는 복수극!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전해지는 '키위새'들의 이야기.
죽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나선 한 가족의 유쾌한 복수극. 아내, 엄마의 죽음 이후 한 데 섞이지 못하고 각자의 삶을 살던 아버지와 아들, 딸은 8년 만에 머리를 맞대고 아버지에 의해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흉으로 지목된 국제상사 여사장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의 느슨함과 지루함을 한 가족의 복수극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경쾌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은수네 가족은 각자의 개성이 강한 만큼 사사건건 부딪친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살이로 남매를 키우느라 나무토막처럼 무뚝뚝해졌고, 큰 딸 은수는 어머니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고 주부 수강생들에게 바느질도 가르치느라 바쁜 매일을 보내고, 막내아들 경수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면서 집안일은 뒷전이다. 그런 중에도 작품 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모습은 어둡거나 차갑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며, 책은 현실의 곤궁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복수에 돌입한 남매는 '시장통의 무법자', 국제상사 여사장인 황명순과 얽히면서 그녀의 남모르는 아픔을 알게 되고, 복수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남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슬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아버지. 그들은 이 엉뚱한 복수극을 통해 새롭게 관계를 다진다. 작가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 키위새를 닮은 인물들을 통해 고단한 삶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