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逍遙展(소:거닐:소 요:멀요 전:펼전)을 열며
亦莫戀此身 (역막연차신) 이몸을 그리워 말아라
亦莫厭此身 (역막염차신) 이몸을 싫어도 말아라
萬劫煩惱根 (만겁둔뇌근) 이몸은 만겁 번뇌의 뿌리이거늘.
一聚虛空塵 (일취허공진) 또한 이 몸은 허공의 먼지가 모인 것일뿐
無戀亦無厭 (무연역무염) 그리움도 없고 싫어함도 없어야
始是逍遙人 (시시소용인) 비로소 자유로이 노니는 사람이리.
백거이(白居易)의 『逍遙展(소요전)』입니다. 소요하고자 하는 욕망 자체가 또 다른 구속을 낳은 막연한 소요일지 모르지만, 해보고 싶은 욕망을 마냥 억제하는 것보다는, 실행해 모는 것도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일종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고도 험난하지만, 가는 동안에 한 번쯤은 무엇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전시를 『逍遙展(소요전)』이라 감히 부재를 붙여 보았습니다.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전시를 갖고자 계획을 세웠으나 그간 다섯 번의 개인전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분주하게 살아오면서 돌아보거나 돌아가는 여유를 부려보지 못했습니다.
금번 전시를 준비하며서 이제는 여유와 도량을 갖고 실수조차 즐기고픈 마음이 간절했으며, 자유롭게 이리저리 배회하며 노니는 마음으로 힘도 빼고 욕심도 덜어낸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이번 작품들은, 첫 딸의 결혼을 앞두고 적적하고 서운한 저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품어 주었고, 더욱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에 내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의 앞날이 아빠가 꿈꾸고 있는 소요정신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울러 끊임없이 공부할수 있게 하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보내준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0. 7
강 희산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