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이야기 - 봄
책 소개
봄은 맘껏 즐기기에 너무 짧다. 지구 온난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상 봄은 예전부터 짧았다. 때문에 잔인하다. 봄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두 얼굴의 계절이다. 시작을 기약하고, 이별을 약속하게 된다. 봄바람, 봄꽃, 봄비, 봄처녀… 봄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는 봄에 관련된 영화음악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봄을 이야기하고, 봄을 닮아 있는 영화… 작품 속 영화음악은 봄처럼 강렬하다. 봄을 주제로 한 국내외 영화 15편을 골라 영화 및 영화음악 이야기를 펼쳤다.
저자 소개
박신영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며 즐거운 글쓰기를 지향한다. 여행과 사진, 요리에도 취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즐거움을 안겨다 줄 미래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꿈꾸고 있다.
지구레코드 등 다수의 웹사이트를 제작했고, 록 음악 전문지 《핫뮤직》과 음악 및 대중문화 전문지 《라운드》 등에서 디자이너ㆍ편집장 등으로 일했으며, GTB 《행복한 오후》에서 ‘박신영의 문화읽기’ 코너를 진행했다. 공연 기획과 뮤직바 운영, 청취자 모임 및 팬클럽 운영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음악 : 불멸의 사운드트랙 이야기》가 있다.
책 속 & 줄거리
- 만날 듯 만나지지 않고, 엇갈릴 듯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것은, 도처에 깔려 있는 흔하디흔한 인연의 실타래 그 끄트머리에 관한 얘기다. 어떤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언제 듣고, 어떤 말을 하고, 그 말을 누군가와 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것이다. 만약 동현이 건네받은 LP를 라디오 전파에 싣지 않거나 다른 날 실었다면, 수현이 그 순간 교통사고를 목격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아닌 믿음으로 기다리고 또 이해하지 않았다면, 그 둘은 만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Pale Blue Eyes’는 이토록 우리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 음악이 되었을까?
- ‘세월이 가면’을 진심을 담아 부른 적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다 안다. 척추가 으스러지고 심장이 찢길 정도의 사랑을 경험했을 거라고… 눈물을 짓지 않더라도 무덤덤하게 가사마저 틀려가며 멜로디만 읊어도 우리 모두는 다 안다. 그랬겠지.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겠지… 해묵은 사진 한 장 없어도, 주고받은 편지 한 장 없어도 우리 모두는 다 안다. 그런 사랑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 없고, 또 술안주로 곱씹어 보지 않은 사람 없을 거라고…
- 그녀의 힘은 가창력에도 기인하지만, 모범적인 일상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다. 마약 중독에서 허덕이던 휘트니 휴스턴, 가수로서 심한 기복과 각종 사건 제조기 머라이어 캐리에 비해 셀린 디온의 착실한 삶은 노래를 진실한 울림으로 이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훌륭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면에 추잡한 개인사와 독특한 괴짜 성향을 지닌 것과 비교한다면, 그녀의 착실한 삶은 고결해 보일 정도다. 그녀의 힘이 담긴 주제가는 타이타닉호의 운항만큼이나 짧은 사랑을 나눈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과 로즈(케이트 윈슬릿 Kate Winslet)의 이야기에 진실성을 더한다.
- 《아멜리에》에서는 주로 4분의 3박자 풍의 왈츠가 주로 연주된다. 음악은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선사하나, 그 속에는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다. 이는 거짓말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아멜리에의 처지와 닮아 있다. 남들에게는 행복을 심어주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그녀의 일상과도 닮아 있다. 양면성을 동시에 들려주는 음악은 단순히 악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박수 치는 소리,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 등 일상에서 쉽게 얻어지는 소리들을 요긴하게 활용한다. 때문에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공감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