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흙집일기
‘병든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무명의 한 시인이 ‘흙집’에 관한 책을 발표했다. 99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한 전남진
시인은 ‘혼자 지을 수 있는’ 작은 흙집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해 4월부터 두 달여 동안 자신의 고향인 경북 칠곡에 열평 남짓한 흙집을 지
은 시인은 ‘딸의 정서교육’과 ‘고향에 대한 동경’ 때문에 고향에 집을 지었다. 그런데 막상 짓고 보니 건강까지 얻게 됐다며 기뻐하고 있
다. 실제로 ‘병든 집’에 대한 대안은 환경친화적인 자연 소재로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인이 지은 흙집은 대단히 환경친화적
인 집이다. 흙과 돌, 나무로만 지은 집이기 때문에 집을 해체하더라도 환경에 해를 끼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인은 바로 이 점을 우선적으
로 생각하고 집을 지었다.
시인은 도시인들이 현실에 밀려 동경만 하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도시를 과감히 떠나 고향으
로 향했다.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미련없이 떨치고 떠난 이유는 네 살 박이 딸의 정서교육과 스스로의 고향에 대한 동경 때문. 시인은 이리저
리 알아본 결과 자그마한 흙집을 짓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집짓기이고 경제적으로도 적당할 것 같아 화순에 있는 흙집연구소에서 한 달 동
안 흙집 짓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가 흙집을 지었고 경비는 약 500만원이 들어갔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그리 큰 기술
이 없어도, 한 번도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어도 자연 속에 혼자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집을 지은 사람이 ‘책상
물림’인 시인인데다 집을 지어본 경험은 당연히 없다. 시인은 비록 자그마한 집이지만 누구나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고향과
자연에 대해 그저 동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용기를 내면 각박한 도시와 ‘병든 집’에서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이 책만 있다면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공정과정을 사진과 더불어 상세히 수록해 직접 흙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
게 큰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그렇다고 딱딱한 공정과정만 넣은 것이 아니라 집을 지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시인 특유의 감성에 담
아 유려하게 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