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활
고조선이 세력을 떨치다 사라질 무렵
한반도 동쪽 작은 나라 ‘동예’에서 위대한 검은 활의 전설이 시작된다!
“낙랑의 단궁이 동예(東濊)에서 산출된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기록된 한 줄의 글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
호기심 많고 엉뚱하면서 속이 깊은 주인공 수리는 동예의 작은 부족 중 하나인 화려국 삼로의 손녀로, 따뜻한 애정과 관심 속에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수리의 마음속은 앞으로의 혼인생활이나 아이에 대한 생각보다는 제대로 된 활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말더듬이인 스승 소근개만이 그녀를 이해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떠났던 소근개가 낯선 소금장수, 이수와 함께 돌아오고 마침 장정들이 나랏일로 대거 자리를 비운 그때 도적 떼들이 화려국을 침범한다. 잔인한 비적 떼에 맞서 굉장한 활솜씨를 보여준 이수는 수리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검은 활을 가지고 있었다. 수리는 제대로 된 활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검은 활을 훔치고 이수와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속 갈증을 이해하게 된 이수는 수리가 활을 살펴보고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되는데…. 작은 활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멈출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활의 민족이라 할 만큼 활쏘기에 능한 나라였다. 활쏘기를 잘할 뿐 아니라 활을 만드는 기술력도 뛰어났다.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도 “낙랑의 단궁이 동예에서 산출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서에 기록될 정도로 위나라에서도 동예의 활이 유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활을 만들고 이를 사용했던 이들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기록의 부재는 저자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관련 역사 기록이 극히 미미한 삼국시대 이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