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쿠데타 1권
조선 건국 초기 일어났던 고려왕실과 조선 건국 세력간의 무력 투쟁 과정을
무협 소설 형식으로 재편집하여 구성한 국가전복 대체 역사 소설!
정부의 눈을 피해 기습하여 국가를 탈취한다.
(이하 본문 발췌)
이태조(李太祖) 삼년, 갑술(甲戌)년 구월.
보름달이 중천에 차갑게 떠 있다. 축시(丑時)에
접어들면서부터 개경(開京)의 인적은 더욱
드문거렸다.
언제부터인가 개경 백성들은 한양(漢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고려가 기울어지고 새 왕조의
도읍지가 한양에 서고부터는, 인심도 자연히 옛
도음지를 버리는 듯이 보였다.
나라에는 흉년이 들었고, 새 권부(權府)는 아직
정치적 기반을 다지지 못해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었다.
고려의 마지막 세 왕들이 이성계에 의해 차례로
내쳐진 이후, 백성의 어버이였던 충신 최영. 정몽주.
이색 등이 하나씩 살해되거나 혹은 유배되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다음 왕좌에 앉기 위한 왕자들의
세력다툼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나라 바깥으로부터의 어지러움도 민심을 한없이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왜구(倭寇)들이 바닷가를
들락거리며 노략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북쪽의
오랑캐들 역시 불안한 백성들을 집적거리며 국토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대륙의 신흥 명나라의 사신들이 와서
조선의 마필과 비단과 금은보화 등을 사정없이
훑어가지고 떠났다.
피곤에 지친 민심은 더이상 멸망한 사직에 대해서
기대를 걸지 않았다. 백성들은 새로운 세력이
지난날의 귀족들인 왕씨(王氏) 일가들을 몰살시켰다는
소문을 들으면서, 차라리 불행했던 지난날들을 잊는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이제 과거의 일들은 끝났다. 배를 타고 새로운
삶터를 찾아 떠나던 왕씨 일족들은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리면서 모두가 수장(水葬)되고 말았다.
이렇게 고려의 영광은 끝이 났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그 백성들이었다. 새로운 사직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모진 목숨의 남은 기운을 불태우며
한양으로 한양으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