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와 한국 근대사 4
현재 대한민국은 국제무역으로 먹고 사는 개방 체제이지만 ‘의식의 쇄국’ 상태는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 기술은 시대를 불문하고 ‘일국사(一國史)’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접한 국가는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데, 주변 국가와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치열하게 대립 상쟁한 때가 많았던 한국사가 일국사적 시각으로 기술되는 것은 심각한 형용모순이다.
일국사적 시각에서 쓰인 한국사 서술은 ‘올바른 역사상’과 심각한 괴리를 초래하며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현재에 있어 한국사의 좌표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커다란 장애가 된다.
15세기 서양에 의한 ‘지리사의 발견’으로 세계사가 성립되었다. 조선 왕조는 집요하게 쇄국을 고집했지만 산업혁명으로 지구가 좁아진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침투를 막을 수 없었다. 19세기 이래의 한국근현대사는 세계사의 틀에서 보아야만 제대로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세계사의 바탕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문호를 열고 세계사의 물결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던 근대사의 장면을 기술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이 한국근대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 '세계사와 한국 근대사 1권 서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