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월드
《레시피 월드》는 일상의 평범한 재료나 행동이 특정한 조합을 이룰 때 ‘딱히 쓸모는 없지만 독특한 능력’, 바로 ‘레시피’가 생겨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으로 마침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방귀로 세상을 구하는 볼 빨간 여고생 홍의 이야기 〈방귀 전사 볼 빨간〉,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박거리다 갑자기 남편을 사라지게 만든 쌍둥이 엄마의 슬기의 ‘가내모험극’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 갑작스럽게 창궐한 좀비 떼와 얼떨결에 맞서게 된 오이 헤이터(hater)들의 마지막 날을 다룬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까지 총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현실감을 보여주면서도 독자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감초 역할인 정부 비밀 기관, ‘대한민국 레시피 조사국’ 을 찾아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백승화 작가는 연출작 〈걷기왕〉과 〈오목소녀〉로 소박하지만 특별한 능력자들의 성장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이번 작품 《레시피 월드》 역시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저마다의 비범함을 지닌 이들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며, 능청스러운 위로를 건네는 작가 특유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지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