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사는 어떤 것
극광이 뿜어지는 어둠 속에 묻힌 자작나무 숲. 무언가 숲 사이를 거닐고 있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도저는 그것이 키가 2미터도 넘는 갑귀(甲鬼)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마주친 것은 상상 이상의 존재였다. 그것은 현재의 존재가 아니다. 한편, 미래열쇠그룹 청주 중앙연구소 단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제품 테스트 과정 중 기계장치 오작동이 원인인 듯하다. 수사가 진행되지만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 4명의 시체는 발견 되지 않는다. 유일한 생존자는 실종된 연구팀 책임자인 원노불 팀장의 딸. 하지만 그녀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 수사 당국은 사라진 4명의 연구원에 대한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작업을 이어나가지만...
[본문]
분명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어떻게 된 거지?’
노불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액정 화면에 거미줄 모양의 금이 가 있었지만 전원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통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부고! 김주임, 김형석 씨, 이민정 대리!”
사고 당시 연구실 안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노불은 잠시 나무 둥치에 걸터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에서 사람이 불쑥 나타났다.
“김주임.”
노불은 김주임을 보고는 반갑게 몸을 일으키다가말고 멈칫했다.
“팀장님, 이민정 대리가 죽었습니다.”
“당장 물러서.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노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기로 쓸 만한 두툼한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보니, 속이 비어있는 썩은 나무였다. 노불은 나뭇가지를 버리고 손바닥 크기의 넓적한 돌을 집어 들었다.
“손에 묻은 그 피는 뭔가? 그리고 그 옷차림은?”
김주임은 노불의 질문에 “저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겁니까?”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김주임은 이민정 대리가 입고 있던 짙은 파란색 계열의 여성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아서 처진 뱃살이 드러나 보였다.
“팀장님, 이리와 보세요. 이민정 대리가 저쪽에 있는데 움직이지 않아요. 몇 대 때려준 것뿐인데 숨을 안 쉰다고요.”
김주임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오지 마!”
김주임이 갑자기 몸을 날려 노불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