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이라는 광기
아메리칸북페스트 ‘최고의 회고록’ 수상작!“이 책을 쓸 엄두를 내기까지 평생이 걸렸다”24년의 대화, 22년의 집필.세계적인 낙인 연구자이자 정신질환 당사자의 가족으로서자신의 온 생을 송두리째 털어 써내려간 통렬하고 핍진한 기록물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는 존경받는 스승이자 학계에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어머니 또한 같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재원이다. 널찍한 저택 마당에서는 철마다 이웃을 초대해 칵테일파티를 연다. 두 아이는 부모의 든든한 지원과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해맑게 자란다.여기, 또 다른 가족이 있다. 십대 후반 파시스트들에게서 자유세계를 구해내겠다며 지붕에서 알몸으로 뛰어내린 첫 번째 삽화 이후, 결혼 생활 내내 망상과 환각으로 정신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해야 했던 아버지. 예고 없이 종적을 감추는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왜 불쑥 사라져버리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결코 입 밖에 꺼낼 수 없던 두 아이. 남편의 모든 정신 발작과 입원과 부재를 누구에게도(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오롯이 홀로 견뎌야 했던 어머니.두 가족은 전혀 다른 운명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두 가족이 아닌 ‘동일한’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낙인이라는 광기(원제: Another Kind of Madness)』는 심리학자이자 세계적 낙인 연구자인 스티븐 힌쇼가 자신의 생을 송두리째 털어 쓴 회고록이다. 1971년 대학교 1학년 봄방학에 아버지에게 “가끔씩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는 첫 번째 고백을 들은 이후 힌쇼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은 그 이전과 이후, 그러니까 양극성장애 아버지를 둔 어린 소년이 아버지의 병을 몰랐다가 알게 된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한 연대기이자 아버지가 병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심리학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파헤친 백서다.그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는 말 그대로 평생이 걸렸다. 첫 번째 고백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대화는 24년간(1971~95년) 이어졌고, 그 이야기를 정리해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다시 22년(1995~2017년)이 걸렸다. 그가 책 쓰기를 망설인 이유, 그러나 결국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한 이유는 바로 ‘낙인’에 있었다. 정신질환을 향한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였고, 끝내 낙인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