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저자
김봄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출판일
2024-05-22
등록일
2024-08-07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488 Bytes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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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우리네 가족들의 일상을 따듯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


저자의 첫 에세이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극우에 가까운 엄마 손 여사와 진보적 사고를 하는 딸 김 작가의 좌충우돌 공생기’로, 많은 독자에게 호평을 받으며 31쇄를 넘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덕분에 저자는 자신의 ‘좌파 고양이들’ 아담과 바라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작가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어느 날 청천벽력의 소식이 찾아든다. 바로,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인해 쓰러지셨다는 것.


저자는 만사 제치고 병원으로 달려가 몸 절반이 마비된 아버지를 간병한다. 이내 아버지는 암과 치매까지 앓으며 저자를 점점 잊어간다. 다섯 형제 중 셋째인 저자는 다른 식구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평소에는 논리적이고 말재간이 좋지만,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아버지 동성 씨. 모 보수 정치인을 “사나이”라 칭하며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지만, 좌파 딸내미 저자에게는 늘 격려와 사랑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남편, 자식들, 손주들 모두에게 똑같이 거리를 두는 무뚝뚝한 어머니 손 여사. 저자가 완성되지 못한 성과를 자랑할 때마다, “안 된 거잖아. 다 되면 말해”라며 뼈 때리는 말로 ‘입틀막’을 하게 만든다.


크게는 정치 성향이나 세대 갈등으로, 작게는 술먹파와 술안먹파의 갈등으로 여러 파벌을 이루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마치 우리네 식구들을 보는 듯이 친숙하고 정겹다. 저자는 가족 내 시트콤 같은 일상을 각각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포착해 ‘우리 집도 그런데!’라는 진한 공감과 풉 하는 웃음소리를 끌어낸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복잡해지는 문제가 인생에는 늘 도사리고 있다. 아버지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면서, 간병비와 돌봄 노동을 둘러싸고 가족 사이에는 새로운 유형의 균열과 불화가 생겨난다. 시간, 돈, 돌봄 노동의 수고를 가족 간에 어떻게 분배하고 공유할 것인가? 가족 사이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할까? 그런데, 과연 공평한 분배란 존재할 수 있을까?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가 읽는 이의 웃음과 눈물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을 뿐인데 어느덧 초고령 사회를 살게 된 무력한 우리. 병든 부모를 돌보고 있거나 돌보게 될 우리. 늙고 약해질 우리. 그 모두를 위한, 삶과 돌봄 그리고 사랑과 좌절에 관한 가장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기록이다.






○ 돌봄과 의료 현장에서 겪은 좌충우돌


이 책의 또 다른 축은 돌봄과 의료 현장의 모순이다.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쉴 새 없이 오간 저자가 마주한 것은, 의료 현장의 부조리한 관행과 환자를 중심에 놓지 않는 모순적인 의료 체계였다.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르는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를 패싱하는 구조, 요양보호사(간병인) 고용 제도의 문제점, 실망스러운 의료 서비스, 수상할 정도로 긴 청구서 등으로 인해 저자는 큰 불안을 느끼며, 매 순간 보호자로서의 각성과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저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결단코 요양시설에서 인생의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다.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저자의 경험은 한국 의료와 복지의 문제를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이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아버지가 와병 중이라고 밝히면, 대부분의 사람이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얘기한다. 자기가 그렇게 심각한 병에 걸리면 존엄사를 선택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때마다 저자는 아버지의 ‘존엄한’ 죽음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존엄한’이 붙은 죽음은 현실의 여러 다른 죽음들을 존엄하지 못한 것들로 치부하거나 존엄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데, 그런 공감은 이제 정말 괜찮습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돌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노년을 보낼지, 스스로 삶을 지탱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다영 소설가의 말처럼, 정치 갈등과 노인 혐오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라고 입 밖에 내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일까. 그럼에도 저자는 이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배제당하기를 거부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우파 아버지를 부탁한다고 속삭인다. 이 책을 읽는 당신과 자신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그렇다, 이 책은 부탁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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