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활자를 위한 핵, 바이러스, 탄소 이야기 : 단비 청소년 교양 왈 8
지구 곳곳에 균열이, 지구 생활자를 위협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23년까지 이어지는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 반복되는 원전 대형 사고들, 계속되는 원전을 둘러싼 논쟁들
2020년 1월에 시작된 COVID-19 대유행,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바이러스 감염병의 위험들
기후 위기를 가져다준 탄소의 위험한 폭주.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형 사고들과 자연재해의 피해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으며, 지구 생활자들의 안전한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구 한쪽에서는 초강력 태풍과 폭우, 홍수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독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등 극단적인 환경 재앙이 눈에 띄게 독해지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성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원자력 의존도는 높고, 원전 발전에 대한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탈원전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까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몰로 인해 지구 생활자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아무리 잘 막아도 2040년에 1.5도 2060년까지 1.6도 2100년에 가서야 1.4도로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한다고 예측하고 있어요. 2021년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1.09도 정도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1.09도 상승한 2021년 여름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꺼지지 않는 캘리포니아 딕시와 그리스의 산불, 16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독일과 벨기에의 폭우, 1년 동안 내릴 비가 단 4일 동안 내린 중국의 허난성, 50도에 육박하는 북미의 폭염. 그러니 1.4도 상승한 2100년에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오기는 쉽지 않겠죠. _264쪽
이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 피해 정도가 커서 한번 발생하면 쉽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점. 피해 대상이 실제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이 아닌, 약자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피해 원인이 ‘핵, 바이러스, 탄소’와 같은 ‘작은 것들’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핵! 바이러스! 탄소!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세 녀석은 매우 ‘작은 것’들입니다. 너무나 작아서 맨눈으로는 볼 수가 없지요. 안 보이다 보니 공기처럼 존재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 지구에 존재했지요. 이 ‘작은 것’들도 지구의 일부로 지구의 동적평형에 일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작은 것’들이 인간을 멸망시킬 수 있는 주인공들로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작은 것’들에게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감을 불어넣어 준 것은 바로 인간의 과학과 문명이었습니다. 인간을 위협하는 정도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지구까지 위협하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_8쪽
균열을 내는 것은 누구인가
저자들은 지구 동적 평형, 즉 지구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 주목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통해 평형을 이루는데 이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는 온갖 복잡한 반응이 일어난다.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 호흡, 에너지의 생성과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바로 핵과 바이러스와 탄소라고 말한다.
수억 년의 시간이 걸려 진행되었던 탄소의 순환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생성된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바람에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순환은 제대로 되지 않고 기상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바이러스는 보통 생물 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곤 했는데 무분별한 개발, 정복 전쟁, 공장식 사육 등으로 퍼지는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문제는 ‘속도’다. 인간의 풍족한 삶을 위해 그 속도를 앞당기게 된 결과인 것이다.
수많은 과정이 평형을 이루는 것은 결국은 ‘속도의 균형’입니다. 인간은 단지 생존의 안정과 편리를 위해 조금 욕심을 부렸습니다. 자연의 속도를 앞지른 문명의 속도를 만들어낸 것이 정말 욕심을 부린 것인지 이 책을 따라가며 함께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기술과 문명이 핵 반응의 속도,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의 속도, 탄소 순환의 속도에 어떤 변화를 줬을까?’, ‘지구의 동적평형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인류는 진짜 멸망하게 될까?’,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있을까?’ 등등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다양한 의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면 저희는 더할 수 없이 즐거울 겁니다. _ 8쪽 중에서
지구의 균열을 가져온 것은 핵, 바이러스, 탄소이면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속도를 재촉한 것은 지구 생활자, 현재 지구 멸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라는 것. 자연 상태에서는 반감되는 데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방사성 원소를 인공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양을 반으로 쪼개어 에너지를 내는 기술을 만들고 사용한 것도 우리 인간이라는 것. 저자들은 ‘자연의 속도를 앞지른 문명의 속도를 만들어 낸’ 인간의 행위에 대해 바로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 생활자, 지구 멸망을 멈출 수 있을까
저자들은 2017년 초판을 발행할 때만 해도 지구 멸망을 말해도 그 이면 곳곳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5년밖에 지나지 않은 2022년 지금은, 예전처럼 희망을 낙관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멸망이 아니라 희망의 근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 독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함께 고민해 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개정 증보판을 내었다는 것이다.
지구의 균열을 가져온 핵, 바이러스, 탄소의 문제가 지구 생활자의 문명의 속도에서 기인했듯이, 이 모든 것은 지구의 순환 속에서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일어났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인간은 본인들의 생명뿐 아니라 자연에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고, 또 그 피해는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채, 바닷물을 통해 또 다른 지구 생활자들을 위험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처럼.
핵, 바이러스, 탄소는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이 지구의 활동은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의 순환이 맞물려 있어요. 우리 인간은 점점 더 많은 에너지와 물질을 써오고 있죠.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의 순환에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는 균형을 깨뜨려 결과적으로 핵, 바이러스, 탄소에 달라진 속도를 가져왔어요. 핵, 바이러스, 탄소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_ 개정증보판 서문 중에서
삶의 방식에 질문을 던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 환경 문제의 상황과 원인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과학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저자들은 청소년들이 지구 생활자로서 지구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중심을 두었다. 각 장마다 주제를 실감 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실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희생당한 직원들의 이야기, 핵을 소재로 한 만화와 영화 이야기, 역사 속 바이러스 감염 사례들, 바이러스 위기와 탄소 위기를 흥미롭게 구성한 가상 소설 등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런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질문들을 통해 진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에 있다.
여러분의 생각이 위기의 오늘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제의 선택이 위기의 오늘로 연결된 것처럼, 오늘의 선택이 희망의 내일로 지구 생활자들을 이끌어줄 거예요. 연약한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대기, 강과 바다 그리고 땅, 식물과 보이지 않는 생명들, 인간을 제외한 동물, 인간 등. 지구 안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지구 생활자들을 위해 ‘균형’을 조금씩 잡아 보자고요.
모두 잘 알죠? 균형을 잡을 때는 조금씩은 휘청거려요.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야 할지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_ 개정증보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