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하루 : 청소년 테마 소설 3 알바
다섯 가지 색깔로 담아낸 청소년 알바의 세계
아르바이트 하면 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의 최전방, 저임금과 체불, 부당노동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그만큼 법이라든지 사회 정책적 보호와는 거리가 먼 세계이지만 그 작은 사회 안에서 아이들은 노동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그 안의 사람들과 부대끼고, 배우며 자란다. 책 속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처한 리얼한 현실은 물론 그러한 사람살이의 세세한 속살들까지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의미’는 물론 읽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작가들은 현실과 상황이 어렵더라도, 어른들의 요구와 핍박이 부당할지라도 아이들은 한 순간도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살고 있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완성해나갔다.
반려동물 관리사 - 김소연
때는 2059년, 인공지능 시스템에 특이점이 온다던 2045년 이후로 15년이나 더 지난 미래이다. 주인공 앨런이 사는 세상은 인공지능 컴퓨터 혹은 로봇 시스템이 인간 사회 곳곳에 빠르고 조용히 스며들어 삶의 방식이 인공지능 시스템 위주로 재편되어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변해 가는 세상에 순응해 갈 뿐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이나 지시 없이 하루를 보내는 건 상상할 수 없게 된 세상 속, 인간의 적성이나 직업도 빅데이터가 찾아주는 현실 속에서 앨런은 점점 소외되어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직업 중 삼분의 일을 가져가버린 시대. ‘인간’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앨런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시대를 엿보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신의 알바 - 김태호
거미줄처럼 금이 간 핸드폰 액정 수리비 때문에 알바를 구하게 된 ‘수민’. 수민은 알바 소개소에서 중학교 때 친구인 ‘영지’를 만난다. 중학교 때 전학을 간 이후로 보지 못했던 영지는, 전과 달라진 게 없다. 햄버거 가게에서 메뉴 이름만 대면 곧장 사다 바치고, 어깨를 힘으로 찍어 누르면 ‘움찔’하고 꼼짝하지 못한다. 그럼 그렇지, 한번 먹잇감은 영원한 먹잇감 아닌가. 수민은 알바 소개소의 일거리를 영지에게 넘기고, 알바비는 자신이 챙긴다. 이런 신의 알바가! 영지가 며칠만 더 고생하면 핸드폰 액정을 고칠 수 있겠다 싶은 찰나, 갑자기 영지는 연락두절이 되어버리고 수민이는 꼼짝없이 영지가 하던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물건을 전달할 장소에는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일은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카드 전달 알바였던 것이다. 영문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수민이 앞에 나타난 영지…. 수민이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 영지였기에, 수많은 알바를 했던 경험으로 이 일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던 영지로서는 수민이가 스스로 올가미에 빠지게 되는 것을 가만 두고 볼 수 있는 그야 말로 ‘신의 알바’였던 것. 상반된 처지의 두 친구가 서로 ‘신의 알바’라 칭하는 역전된 상황이 문학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밥도둑을 기다리며 - 문부일
‘밥도둑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탄호네. 왕곡동 대장금 엄마를 도와 탄호는 자전거로 반찬 배달을 다닌다. 엄마는 포스트잇 메모를 반찬통에 붙이는 힐링 감성 마케팅으로 왕곡동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탄호는 엄마를 도와 성실하게 반찬 배달을 하면서 혼자 사는 손님들의 이야기 폭탄을 맞으며 즐겁게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에 세 번이나 없어진 반찬 도둑을 잡으려다 왕곡동 대표 싸가지 ‘민주’ 누나를 만나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누나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가까워지게 된다. 누나는 자신이 힘들었던 만큼, 둘레 이웃을 살뜰히 돌보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함께 반찬 배달을 하던 탄호와 누나는 ‘밥도둑 반찬’의 손님이었던 고시생 아저씨의 외로웠던 삶에 용기를 가지고 불쑥 끼어들어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간다. 엄마의 과로로 갑자기 영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밥도둑 반찬’의 행로에 급브레이크를 걸며 대타가 되어준 누나와 아저씨! 외롭고 고달픈 삶을 살던 이들이 ‘밥도둑 반찬’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바퀴벌레 - 박경희
‘북한이탈 청소년’인 연수는 북에 식구들을 두고, 홀로 탈북의 모진 과정을 거쳐 남한에 정착했다. 남한에 정착한 뒤로 연수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2개씩이나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혼자만 남한에 왔다는 죄책감만큼 북에 두고 온 식구들의 생활비와 아픈 엄마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학교를 마치고는 인사동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불나방’이라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등학생인 연수지만 고향 언니의 주민증으로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속이고 취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열악한 원룸으로 돌아와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연수지만, 바퀴벌레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지 않고 이대로 살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다진다. 자신을 닦달해주는 선생님들과 학교 친구들을 의지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는 연수를 보며 미성년과 여성, 북한 이탈 청소년이라는 여러 겹의 굴레를 짊어진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최선의 알바 - 윤혜숙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잘난 놈, 있는 놈부터 깔아뭉개는 허세를 장착하고 사람 속을 뒤집는 느물거림과 주접은 기본. 동생에게 돈 뜯어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형과, 가난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연예인이 되기 위해 폭식과 토악질을 반복하면서 다이어트를 감행 중인 누나. 둘이 치는 사고를 감당하지 못하는 힘없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최선’. 최선은 알바의 달인, 알바왕이다. 전단지 알바, 인센티브 특판 세일, 까대기, 고기 뷔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디저트 카페… 등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다. 은수라는 인기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알바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의 알바 이력을 엿보는 재미 또한 선사한다. 형이 쳐놓은 돈 사고에, 누나에게 필요한 돈까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처지이지만 자신의 현실에 든든하게 발 딛고, 건강하고 힘 있게 살아가는 최선의 당당함이 돋보인다.
알바의 최전선에 있을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박수
‘청소년, 청년들이 알바를 하다가 고용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기사가 적지 않다.’ 알바의 하루 작가들은 청소년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 혹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하는 눈치 없는 어른이기보다는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골병이 든다!’고 말해주는 어른이고 싶다. “청소년 알바에 가해지는 불합리한 처우나 부당한 시선, 그리고 간혹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 등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윤혜숙 작가의 말을 빌어, “지금도 알바의 최전선에서 점점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을 모든 최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청소년들이 사회에 첫 발을 딛고 사회를 알아가고, 배워 나가는 데에 너무 혹독한 환경이 아니기를…그 안에서의 보람과 즐거움, 노동의 가치를 즐겁게 체득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