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
“어쩌다가 이 둘은 사랑에 빠졌을까?” 이 책은 ‘어쩌다’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여주’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남녀북남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로맨스 콘텐츠는 정복의 서사이자 전복의 서사이다. 판타지가 집약된 캐릭터라할지라도 ‘메이드 인 노스(North) 코리아’ 딱지가 붙는 순간 욕망의 대상이 되기 힘들었을텐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당시(2019년) 남북화해 무드에 힘잆어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실판 남녀북남의 스토리는 드라마처럼 달콤하지 않다. 단짠단짝 사이에 매운 맛과 ‘현실 자각 타임’이 수시로 찾아온다.
“내가 여성이라서 어려움을 겪었다면, 민은 북한 이주민이라서 조금 다른 형태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어떤 문제에서는 내 상황이 좀더 나았고, 어떤 문제에서는 민의 상황이 더 나았지만, 오십보백보였던 것 같다.”(책 115쪽, 「북한 이주민 남성이 한국에서 취업하기」 중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느꼈던 사회적 제도나 관습이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또는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명절에 친지와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북한 이주민들 중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함께할 수 없어 오히려 외롭고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구직 활동에서 북한 이주민이 겪을 수 있는 차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규율은 명문화된 것도 있고, 암묵적인 것도 있다. 항공업계에는 취업이 불가하다든지, 중국 여행을 가지 말라든지, 경찰이 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틀림없이 면접에서 떨어질 거라든지…. (요즘 북한 이주민 취업 설명회가 경찰서에서 열리는데, 북한 이주민은 경찰이 될 수 없다니, 블랙코미디인가?)” (책 162쪽, 「배우자의 담당형사」 중에서)
이 책의 5장에는 미니인터뷰가 실려 있다. 작가는 서술자인 자신의 목소리만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북한 이주민인 가족의 목소리도 함께 담으려고 했다.북한 이주민 1세대와 1.5세대 그리고 2.0세대까지 그들의 현재를 전달하고픈 작가의 고민이 느껴진다.
북한 이주민이 하는 말 중에 “까치는 까치끼리, 까마귀는 까마귀끼리”라는 표현이 있다. 북한 사람은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은 남한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종(?)을 뛰어넘은 이 둘이 발명한 ‘사랑’은 그래서 더 소중해 보인다. ‘까치’와 ‘까마귀’가 함께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