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
물 마시는 고양이의 혀에는 비밀이 있다!
대담하고 때론 슬기로운, 별난 동식물들의 과학
개와 고양이가 물을 마신다. 갈증이 났는지 허겁지겁 물을 핥는 개의 물그릇 주변은 이미 물로 흥건하다. 반면 얌전하게 미동도 없이 물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듯한 고양이의 물그릇 주변은 깨끗하다. 왜 개가 물을 마실 때는 물방울이 튀고, 고양이는 그렇지 않을까? 개는 활달하고 고양이는 얌전해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이 두 귀여운 생물의 물 마시는 법을 골똘히 관찰한 과학자가 있다. 과학자는 자신의 애완 고양이를 관찰하여 고양이가 혀 끝을 물에 살짝 대면서 작은 물기둥을 만들어 마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개가 물 마시는 법에 관심 있던 다른 과학자는 초고속 카메라까지 동원해 물 마시는 개 혀의 움직임을 분석하기까지 한다. 이 연구를 통해 개들은 고양이에 비해 물에 닿는 혀의 면적과 속도 그리고 그 모양 때문에 더 많은 물을 마시고 물이 많이 튈 수밖에 없음을 밝혀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뭐, 알아야 하나?”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과학이 ‘대단한 학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과학의 모든 영역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들 생각한다. 농담쯤으로라도 유체역학을 알지 못하는 우리 집 고양이는 잘도 물을 마시고, 내가 유체역학을 안다고 해서 유체처럼 흐느적거리는 고양이를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게 되거나,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의 착지 지점을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서 잘하는, ‘그냥 잘하는’ 이 동식물들을 보자면 재미있지 않는가? 이 책은, ‘유체역학’이라는 과학적 관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유체역학을 공부한 저자는 세상 만물을 유체역학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 본다. 앞서 두 권의 책에서 휘몰아치는 액체들의 이야기(〈커피얼룩의 비밀〉)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이렇게 흘러가는 세상〉)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지구의 다른 주인공들인 동식물들에게 초점을 옮긴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같은 소소한 재치가 있는 테마부터,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동물들의 집 짓기, 나아가 미스테리한 얼룩말 줄무늬의 비밀까지 다양한 동식물들의 과학이 풍부하게 소개된다.
먹고, 사냥하고, 움직이면서 과학을 ‘하는’ 동물
그들의 먹고 사는 법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들
우리 인간에게 과학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들에게 과학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속의 과학은 단지 어떠한 설명이라기보다 역동적이고 대담한 동식물들의 이야기로 읽힌다. 단순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동식물들의 모습과 행동들이 가진 슬기가 책 곳곳에 드러난다. 물론 유체역학과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수식과 설명이 필수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 복잡하게 이 책을 꾸려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수식과 설명에 막힐 수도 있었을 수많은 놀라운 사례들을 독자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이 동식물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궁리까지 선물한다. 저자는 물 마시기의 기술을 설명하면서 “이 기술은 단순히 물을 삼키기만 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랜 진화의 과정이자 결과”임을 강조한다. 이런 과정과 결과 속에서 흑등고래가 공기방울을 내뿜고 물총고기가 물줄기를 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동식물들의 생활 안에는 독특함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결국 생존에 필수적인 ‘먹고 사는 법’을 최적화하며 개발해 온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경이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이 경이를 ‘실용’으로 잘 바꾸고 있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말을 조금 바꿔 보자면 ‘자연은 신이 만든 과학이며, 인간의 과학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흰개미집에서 일정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 건축물을 지었고, 상어의 모양새에서 전신수영복을 개발해냈다. 동식물들에게 과학은 ‘하는 것’이라고 앞서 말했지만 다시 인간에게 과학은 ‘하면서 또한 알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거기서 재미와 호기심을 가지며 또 새로운 궁리와 실용을 찾아내는 존재다. 지구상 생물들이 익힌 이 슬기로운 생존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따라하고 배우며 더 나은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자 친구”로 있을 것이며 “이 관계를 오래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