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온 신부
맞선자리에 나가기 전 머리를 정성스레 매만지고 있는 만수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좋아. 이만하면.”
머리손질을 마친 만수는 이번에는 코털을 뽑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이 굵고 뭉툭한 편인 탓에 연신 헛손질만 해댔다.
“안 되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만수가 책상서랍에서 일반가위를 꺼내 콧구멍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상식선’이라는 단어의 뜻을 주입하자면 응당 무리였건만 그는 나지막한 신음을 토하며 꽤나 아쉬워했다.
지순은 슬며시 만수의 방으로 들어서서는 이 한심한 관경을 손 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나 한 번 놔둬보자는 심산이었다. 코털 뽑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만수는 지순이 방 안으로 들어와 뒤에 버티고 서있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통해 우두커니 솟아있는 지순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깜짝이야! 엄마는 참! 인기척은 하고 들어와야죠. 놀랬잖아요.”
라고 텁텁하니 말을 던지고는 다시 손으로 코털을 뽑기 시작했다. 이에 지순은 대꾸 없이 안방으로 가서는 족집게를 찾아들고 만수의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