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선 좀 넘겠습니다 - 오지랖인 거 압니다만
세상을 향한 최초딩의 애정 어린 시선들
그의 쓸모 있는 오지랖이 시작된다.
1장 ‘오래 보고 싶습니다’에서는 그가 살아오면서 마음 받고, 마음 줬던 존재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족과 연인은 물론 1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하는 카카오톡 친구에서부터 밖에서 만난 택시 기사님, 심지어는 한여름의 매미들까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해 가는 저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존재가 언제,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사실을 통해 누구든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로 만남과 상호작용이 중심이었던 1장과 달리 2장 ‘이토록 안녕한 날들’에서는 저자 본인의 내면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자신이 맞닥뜨리게 된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생각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아버지의 병원으로 향하던 어느 날 저녁에 왕십리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깨달은 것, 한 음식점에서 노란색 머리를 한 알바생을 지켜보다 깨달은 것, 인스타그램에서 낯선 이의 고민을 상담해주다가 깨달은 것 등을 이야기하면서 무엇 하나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삶임을 알려 준다.
3장 ‘말하자면 그렇습니다’에서는 저자에게 특별했던 공간, 순간, 대상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한 ‘그해 속초’, 자주 쓰다 보니 어느새 특별해진 ‘단어’들,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싱거운 라면’,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풍기던 ‘아픈 냄새’ 등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저마다 하나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특별해질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4장 ‘슬기로운 파주생활’에서는 출판 마케터로서 최초딩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주에 위치한 직장 덕분에 집 다음으로 파주에 있는 일이 많아 그곳에서 경험하곤 했던 혹은 글과 작가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셔틀버스 정류장 앞 붕어빵 할머니에 대한 회상, 많은 사람과 함께한 독서모임, 책을 쓰고 읽는 일, 저자가 사랑한 작가들 그리고 책 나눔의 기쁨에 관해 말한다. 이로써 저자는 본업에 충실했던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내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한 번쯤은 ‘선 좀 넘어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드는 책!
나이를 먹고, 꽤 오랜 시간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있고,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됐다.
지금껏 내가 받았던 소중한 마음을 이제는 돌려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2장 「으른이」 中
‘거리두기’니 ‘개인주의’니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할당된 ‘개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딱 그만큼의 몫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누군가에 대한 걱정, 도움, 심지어는 사랑까지도 그 기준선을 정해 놓고 지키기 바쁘다. 어디까지가 호의고 어디까지가 참견인지 몰라서기도 하지만 애정을 갖고 함께하고자 마음먹은 순간 더해지는 마음의 깊이를 때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어찌할 수 없음’으로 내가, 우리가 힘들어질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함께하자는 것. 『잠깐 선 좀 넘겠습니다』를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때로는 ‘나’와 ‘너’라는 몫 앞의 선을 좀 넘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고 내밀 수 있는 손이 있으며 또 돌려줄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다름 아닌 이것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지금껏 많은 시간을 ‘이게 선 넘는 행동이면 어떡하지’라고 걱정만 하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 걱정들은 어느새 ‘한 번쯤 선 좀 넘어도 괜찮겠구나’ 싶은 안도감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