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더욱 소중한 아주 보통의 행복 -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관한 진담 반, 농담 반
20년간의 행복 연구와 삶에서 마주친 순간들을
가벼운 진담으로 때로는 진지한 농담으로 펼쳐내다
2007년,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우리 사회에 던짐으로써 심리학 바이블로 자리매김한 『프레임』과, 행복과 인간 심리에 관한 10여 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펴낸 스테디셀러 『굿 라이프』를 잇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세 번째 책 『아주 보통의 행복』(21세기북스 펴냄)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여 년간 행복에 관해 연구해오며 느낀 생각들을 총정리한 최인철 교수의 행복론이다.
사회 변화에 따른 인간의 심리 변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행복에 관해 다시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행복의 조건이라고 불렸던 외적 요인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우리가 폄하해왔던 삶의 다양한 가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행복에 관한 최신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시지는 분명하게 제시하면서도, 그 내용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일상의 사례들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여느 에세이와는 다를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주의자로 살고 싶다”
평범해서 더욱 소중한 ‘보통의 행복’에 대하여
이 책은 “나는 보통주의자로 살고 싶다”는 저자의 고백이 담긴 서문으로 시작한다. 저자가 ‘보통’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한 이유는 “심리학이란 나와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인간에 관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랜 시간 연구하며 얻은 교훈이 바로 ‘행복의 평범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통주의자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적으로 심리학 덕분이다.
이제는 설렁탕 가게에서도 ‘특’보다는 ‘보통’을 주문할 정도로 보통주의자가 되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거창하지 않다.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때,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 때, 열등감 없이 일을 잘 해낼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믿을 사람이 있다고 안심할 때, 그리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을 때이다. 행복은 존중, 성장, 유능, 지지, 자유와 같은 내면의 욕구에 의해 결정된다. 즉 행복은 지극히 일상에서 경험 가능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소외받았던 행복의 비주류들이 뜬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행복의 개념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행복에 관한 가벼운 진담’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행복의 세 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1) 행복 천재들의 비밀
첫 번째로 ‘행복한 사람의 특징’을 재정의한다. 특히 “이런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이야기들이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에 무관심한 사람, 매사에 굳은 결심을 하지 않는 사람, ‘그냥’이라는 가치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천재‘라고 말하며, 행복의 형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음을 소개한다.
2) 행복의 언더독이 온다
두 번째 변화는 그동안 주눅 들었던 행복의 비주류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외향적인 사람이 행복감을 잘 느낀다고 알려져 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했던 내향형의 행복도가 더 높았다. 또한 특별하게 즐겁지는 않아도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 내세울 만한 소확행은 없지만 일상을 잘 견뎌내고 있는 사람 등 재미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삶에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3) 행복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세 번째 변화는 도덕과 분리된 행복이 아닌, 행복에 품격을 더하는 삶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부의 성장, 지위의 상승만이 아닌 ‘의미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을 이기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교육받아왔지만,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과감히 질 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부 ‘행복에 관한 진지한 농담’은 저자가 평소에 느낀 삶에 대한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 간의 대화, 직장 상사와의 에피소드, 여행이 그리운 이유, 농담의 가치, 나이 듦의 지혜 등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놓쳐버릴 수 있는 일상의 순간 속에서 포착해낸 인사이트들은 행복이라는 감정이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행복해지기 위한 마법은 없다. 저자는 행복에는 사교육도 신비로운 묘약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곧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