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저자
곽재식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1-03-11
등록일
2022-01-24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8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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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의 현장에서 만나다”




백성을 웃고 울린 괴물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주제는 ‘백성과 괴물들’, ‘왕과 괴물들’, ‘외국에서 온 괴물들’이다. 수많은 백성이 조선 각지에서 괴물을 만났다. 이때의 만남은 단순한 목격이나 조우가 아니었다. 백성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괴물의 존재를 믿었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괴물은 백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먹고사는 일을 놓고 가장 활발히 벌어졌다.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된 괴물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하늘에서 내려와 밥을 많이 얻어먹은 대가로 일기를 예보해준 삼구일두귀, 가뭄과 홍수를 불러와 재앙으로 받아들여진 ‘강철(?鐵)’, 바다를 붉게 물들여 물고기를 죽이는 ‘천구성(天狗星)’, 양질의 기름을 짜낼 수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 ‘인어(人魚)’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괴물들의 이야기가 매우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먹고사는 일에 더해 삶의 현장에서 겪고 느낀 것들이 괴물 이야기에 녹아 있다. 예를 들어 강철 이야기는 임진왜란으로 형성된 피폐한 정서가 깔려 있다. “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공들인 일이라도 큰 재앙이 닥치면 별수 없다는 뜻으로,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에 부닥친 백성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백성의 처지에서 조선을 바라보게 한다. 옛사람들은 자신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실마리를 사람 아닌 존재, 즉 괴물이 품고 있는 것이다.







“궁궐의 담을 넘다”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힌 괴물들




임금이라고 괴물에게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성종은 영의정 정창손과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 나타난 귀신 ‘지하지인(地下之人)’의 처리를 놓고 신하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종이 눈을 감은 날 검은 기운인 ‘물괴야행(物怪夜行)’이 서울을 휘감아 백성이 두려움에 떤 이야기, 일군의 인물이 도깨비를 동원해 사도세자를 암살하려다가 적발되어 영조의 분노를 산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중종을 시름에 잠기게 한 ‘수괴(獸怪)’다. 영화 〈물괴〉의 소재로도 유명한 수괴는 1511년과 1527년 궁궐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나 조정을 발칵 뒤집었다. 기록을 보면 개처럼 생겼고 말처럼 컸다고 하는데, 정현왕후가 무서워해 거처를 옮기면서 소문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수괴의 등장을 연산군과 연관 짓는다. 정현왕후는 연산군을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를 몰아내는 데 가담했다. 삐뚤어진 연산군에 대한 죄책감과 절대 권력자라도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뒤섞여 복잡한 감정을 품었을 법하다. 수괴의 등장은 이러한 감정이 폭발하는 데 방아쇠처럼 작용, 정현왕후를 공포에 떨게 한 것 아닐까. 저자는 ‘개처럼 생겼다’는 기록에도 주목한다. 연산군은 궁궐에서 수많은 동물과 사냥개를 키웠는데, 그중 몇 마리가 주인을 잃으며 근처 산이나 숲으로 달아났다가 돌아온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그럴듯한 추측을 한다. 1511년 수괴가 처음 등장하기 며칠 전 기록을 보면 궁궐 근처 민가들에서 큰불이 났다고 쓰여 있다. 이때 백성의 절망은 뒷전이고 권력을 둘러싼 아귀다툼을 벌이느라 정신없던 높으신 분들의 눈에 불을 피해 궁궐로 들어온 떠돌이 개가 괴물처럼 보인 것이라면 어떨까.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권력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권력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백성의 바람을 담고 있다.







“괴물에게 국경은 없다”




바다 건너, 사막 건너 조선에 온 괴물들




아무리 폐쇄적인 국가여도 문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괴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외국 괴물 이야기가 한국에 전해지며 어떻게 변형되었고 무엇이 유행했는지 밝힐 수 있다면, 당시 한국인의 성향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에는 어떤 외국 괴물들이 들어왔을까. 가장 먼저 ‘금두꺼비’를 꼽을 수 있다. 부의 상징으로 너무나 익숙해 대개 우리 토종 괴물로 생각하지만, 금두꺼비는 고대 중국의 ‘항아(嫦娥)’ 설화가 원조다. ‘산예(?猊, 사자)’도 마찬가지다. 북청사자놀음 같은 전통 사자춤 속 사자의 모습은 인도의 불교 문헌에 영향받은 것이다.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라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결과로 조선에 소개된 괴물도 있다. 바로 사람 1만 명을 잡아먹었다는 ‘만인사(萬人蛇)’다. 이 괴물은 원래 여진족 계통의 북방 이민족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런데 세종의 북방 개척으로 조선에 그 이야기가 흘러들어 온 것이다. 만인사는 사람 1만 명의 피가 뭉친 ‘만인혈석(萬人血石)’을 품었다는데, 다양한 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한 북방의 처절한 역사가 녹아 있는 듯하다.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당시 국가 간 문화 교류의 흔적과 그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다. 이는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흔히 생각하지 못한 조선의 색다른 모습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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