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인간의 내면을 사실적 묘사와 독보적 문체로 응축해낸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고전
부족할 것 없는 부유한 농장주 집안에서 자란 아름다운 처녀 엠마. 그녀는 연애소설 같은 격정적인 사랑을 꿈꾸며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와 혼인하지만, 우둔한 남편의 모습과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크게 실망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그녀는 어느 날 귀족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서 귀족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환심을 사려는 주변 사내들에게 빠져들고 만다. 서기관인 레옹 뒤피, 호색한인 로돌프까지 많은 남자들을 그녀에게 다가오지만 그들의 구애와 사랑은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는데….
플로베르는 친구들에게 그의 첫 작품 『성 앙투안의 유혹』을 선보이지만 혹평을 면치 못한다. 친구들은 대신, 당시 사회의 화젯거리였던 ‘들라마르 부인 사건(일상에 권태를 느낀 델핀 들라마르 부인이 다수의 이성과 바람을 피우고 가산을 탕진하다가 들통 나자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 같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소재로 작품을 집필하라고 충고한다. 이후 플로베르는 2년간 동방을 여행하며 새로운 소설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고 여행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에 착수한다. 이 작품이 바로 그의 대표작이자 사실주의 문학의 경전이라 평가받는 『보바리 부인』이다.
플로베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작품의 주제나 줄거리가 아닌 전체적인 형식미와 서술 방식, 즉 ‘무엇’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였다. 따라서 자칫 진부하게 흐를 수 있는 간통 이야기이지만 치밀한 사전 조사와 인간의 기질에 대한 병적인 탐구를 통해 주인공의 권태와 환멸, 파멸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또한 플로베르는 작품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거나 작가가 개입하여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반대했고, 작품의 ‘비개성’, ‘무감동’을 주장했다. 평생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를 만들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엠마 보바리’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누가 그녀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들었는가?”
외설 논란과 함께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희대의 걸작
끝없는 병적 욕망을 뜻하는 ‘보바리즘’을 남기며 널리 회자되었지만, 외설 논란에 휩싸였던 것에 비하면 이 작품에는 직접적인 성애의 장면이나 노골적인 묘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게 함으로써 더욱 격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그러나 유부녀의 간통을 미화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종교적인 윤리와 미풍양속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되기도 했다.
에밀 졸라, 기 드 모파상, 조르주 상드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현대 작가들에게도 소설 작문 기법의 교과서로 추앙받는 『보바리 부인』은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권태, 현실과 이상의 간극, 영원한 불만족, 환멸은 비단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당면한 문제이기에 여전히 사랑받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힌다.